128등이 두달만에 60등으로 껑충…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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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0일 03시 00분


■ 대학생 봉사단 만난 인천 산곡中의 변신

27일 오전 산곡중 교실에서 고려대 대학원생인 한승아 씨가 드림클래스 1학년생을 대상으로 수학 보충수업을 진행하고있다. 인천=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27일 오전 산곡중 교실에서 고려대 대학원생인 한승아 씨가 드림클래스 1학년생을 대상으로 수학 보충수업을 진행하고있다. 인천=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 부평구 산곡중학교 2학년 정현우(가명·14) 군은 방학인 요즘도 오전 8시면 집을 나선다. 방학이지만 학교에서 월∼금요일 오전 9시부터 명문대생 형, 누나들이 진행하는 보충수업을 듣기 위해서다.

정 군은 지난해까지 학교에서 ‘문제아’였다. 3년 전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다세대주택에서 둘이 살게 된 뒤로 삐뚤어졌다. 밤늦게까지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다 보니 공부에 흥미를 잃었다. 결석도 자주 했다.

하지만 3월부터 보충수업을 받으며 달라졌다. 대학생 형, 누나들은 자신들이 중고교 시절에 겪은 부모와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경험담을 들려줬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수업 태도가 좋아지고 중간고사 성적도 오르면서 담임교사에게 칭찬도 받았다. 정 군은 “어떻게 공부하면 되는지 알게 되면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재능기부가 어려운 여건에서 희망을 잃어가던 청소년들에게 꿈을 찾아주고 있다. 인천의 옛 도심에 있는 산곡중학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특히 많은 학교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와 한부모 가정 자녀가 많아 전교생(775명)의 21%인 162명이 급식비와 보충수업비를 면제받을 정도다. 공부는 뒷전인 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 교사들이 애를 먹었다. 지난해 12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54명이나 나오기도 했다.

‘특단의 대책’을 고민하던 산곡중은 삼성사회봉사단이 올해 시작한 ‘드림클래스’ 사업에 신청했다. 공부할 뜻은 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보충수업이나 사교육 등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였다. 삼성봉사단은 올해 초부터 대학생 강사를 전국 115개 중학교에 파견해 매주 4일, 하루 2시간씩 보충수업을 해왔다.

학교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수강생을 선발했다. 삼성봉사단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명문대생을 중심으로 구성된 강사 12명에게 중학교 교과과정의 중요성과 효과적인 강의법을 사전 교육한 뒤 현장에 배치했다. 수강생 부모들은 생업에 바빴지만 번갈아가며 김밥과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져왔다. 교사들은 십시일반으로 급식 재료비를 보탰다.

그러자 5월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이 수업을 듣는 정 군을 비롯해 2, 3학년 수강생 37명 모두 중간고사 성적이 크게 오른 것. 체육교사가 꿈인 2학년 김모 군(14)은 지난해 12월 기말고사에서 영어와 수학 학년석차가 128등, 133등이었지만 중간고사에서 각각 60등, 70등이 됐다. 박모 군(14)도 100위권 밖이었지만 각각 75등, 67등으로 올랐다. 안모 군(14)은 수학 성적이 지난해 7등에서 전교 1등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꼴찌를 했던 3학년생은 석차가 40등이나 올라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았다. 신모 군(13)은 “선망하는 대학에 다니는 형, 누나들이 열정적으로 가르쳐줘 학원을 다니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는 것 같다”며 “보충수업이지만 결석하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웃었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 산곡중#대학생 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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