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 예상치는 36도다. 적도에 가까운 자카르타(33도) 싱가포르(33도) 방콕(31도) 카이로(35도)의 낮 최고 기온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연평균 기온은 적도 인근 도시가 높지만 최근 강한 고기압이 발달한 한반도에 더 더운 날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5.4도까지 올랐다. 전북 전주 37.3도, 강원 홍천 36.9도 등을 기록했다. 동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면서 기온이 올라가 서쪽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호남 지방을 더 달궜다. 백두대간 동쪽 기온이 더 높았던 예년 상황이 역전된 셈이다. 주말에도 서울, 경기, 강원 영서 등은 최고 36도까지 오르겠다. 폭염은 이달 중순께 다소 수그러들지만 더위는 9월 초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폭염 피해 ‘눈덩이’
2일 오후 3시 반경 충남 서산시 석림동 길가에서 A 씨(59·여)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질병관리본부는 A 씨가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2일까지 열사병 사망자는 10명으로 지난해 7∼9월 사망자 6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2일과 3일 강원 인제군과 전남 나주시에서는 에어컨이 켜진 자동차에서 잠자던 C 군(11)과 B 씨(60)가 숨졌다. 두 사람 모두 산소가 부족해 질식했거나 저체온증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가축과 수산물 폐사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 부안군 위도면 대리에서는 갯벌 20ha에서 양식하던 바지락이 폐사했다. 충남 태안군에서는 조피볼락(우럭) 100만 마리가 폐사했다. 전국적으로 닭 14만500마리, 오리 7200마리, 돼지 81마리가 더위에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 태풍이 폭염 해결할까
폭염의 기세는 이날 발생한 제11호 태풍 ‘하이쿠이(HAIKUI·중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말미잘을 뜻함)’의 영향력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폭염이 닥쳤던 1994년 8월에도 태풍 ‘더그’가 큰 피해 없이 한반도에 비를 뿌리고 지나가 더위를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하이쿠이가 대형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큰 피해도 우려된다. 현재 태풍은 소형이지만 8일 오후에는 중심기압 955hPa에 최대풍속 초속 41m, 강풍 반경 550km의 강력한 태풍으로 발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 8월 200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태풍 ‘루사’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때 중심기압은 970hPa, 최대풍속은 초속 39.7m였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부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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