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설 자리 못구한 ‘호국보훈의 불꽃’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서울현충원 이어 광화문광장도 건립 승인 난항

‘서울현충원도 안 돼, 광화문광장도 안 돼….’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불꽃’ 시설 건립사업이 1년 넘도록 장소를 구하지 못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올해 5월 말부터 전국 10만여 명을 대상으로 호국영령을 기리는 불꽃시설의 건립 장소에 대한 온라인 투표와 설문조사를 벌여 최근 후보지를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최종 선정했다.

▶본보 7월 31일자 10면, ‘호국보훈의 불꽃’ 후보지 광화문광장 선정

이후 보훈처는 광화문광장의 관할권을 가진 서울시 측과 불꽃시설 건립에 대한 실무협의를 벌였지만 ‘OK 사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불꽃시설이 광화문광장 내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 동상 등 기존 조형물과 어울리지 않고, 관리상의 어려움이 있다며 부정적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보훈처 관계자는 “서울시 내부에선 불꽃시설을 남산 봉수대를 비롯한 제3의 장소에 설치하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서울시의 대안은 건립 취지와 맞지 않아 수용하기 힘들다고 보훈처는 밝혔다. 보훈처 관계자는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도발 등에서 산화한 영웅들을 기리는 불꽃시설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에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광장에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불꽃시설이 건립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보훈처는 불꽃시설의 조속한 건립 승인을 요청하는 공식 문서를 6일 서울시에 전달하기로 했다.

불꽃시설의 건립 장소를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보훈처는 지난해 8월 서울 동작구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건립 장소로 결정해 올해 현충일에 점화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건립 장소의 적절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결국 국회는 건립 장소를 재검토해 국회에 보고한 뒤 사업을 추진하라고 보훈처에 요구했다. 32억여 원의 예산도 대부분 깎여 올해 현충일 점화 계획은 내년 6월로 미뤄졌다.

다른 나라들도 목숨을 바친 영령들을 기리는 ‘꺼지지 않는 불’ 상징물을 건립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알링턴국립묘지에는 ‘영원한 불꽃’,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광장에는 ‘기억의 불꽃’이 설치돼 나라에 헌신한 사람이나 전사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알렉산드로프 공원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무명용사를, 캐나다 오타와의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는 1차 대전 전몰장병을 추모하는 꺼지지 않는 불이 설치돼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호국보훈의 불꽃#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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