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태워 시신 유기한 산부인과 의사, 경비원 마주치자 "아내가 몸이 안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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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6일 03시 00분


■ 사건현장 병원 가보니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성수대교 남단 사거리에 있는 H산부인과 병원의 외래진료실이 있는 2층 맨 안쪽. 내연관계이던 30대 여성의 시신을 버린 혐의로 구속된 산부인과 전문의 김모 씨(45)의 진료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진료실 문 옆 벽에 여전히 그의 이름이 적혀 있고 책상 위에는 명패가 올려져 있다. 진료실 내부 왼쪽에는 환자들이 누워 진찰받는 침대가 하나 놓여 있다. 이곳은 지난달 30일 김 씨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오후 11시경 병원에 도착한 피해자 이모 씨(30·여)가 김 씨와 함께 1시간가량 시간을 보낸 곳.

김 씨와 이 씨는 이후 위층의 빈 병실로 함께 올라갔다. 그리고 김 씨의 진술에 따르면 그는 이 씨에게 수면유도제 ‘미다졸람’이 섞인 수액과 하트만덱스(포도당 영양제) 등이 들어 있는 수액을 섞어 투약했다. 병실은 병원의 3층부터 7층까지 있다.

김 씨가 수액을 투약한 것으로 추정되는 VIP병실 내부는 호텔 등 숙박시설과 비슷한 구조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앞에 가림막이 쳐져 있고 그 뒤로 대형침대가 하나 놓여 있다. 병실에는 침대와 신생아 침대, 간병인을 위한 소파와 침대, 화장실이 있다. VIP병실과 마주한 일반 병실에는 가림막이 없어 들어서면 바로 침대가 놓여 있다.

H산부인과에 입원한 산모 10여 명을 만나 보니 한 명을 제외하고는 김 씨의 범행이 이곳에서 벌어진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4일 입원했다는 한 부부는 “뉴스에서 본 사건이 이 병원에서 일어난 줄 몰랐다”며 “입원 수속을 밟을 때도 아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병원 1층에선 경비원이 폐쇄회로(CC)TV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화면에는 각 층 복도부터 주차장까지 병원 내외부의 모습이 고스란히 촬영되고 있었다. 병원을 둘러본 결과 범행 당시 김 씨의 행동을 병원 관계자들이 몰랐다는 점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병실에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하나뿐인 데다 3층 병실 입구에는 간호사 데스크가 있다. 김 씨가 숨진 이 씨를 휠체어에 태우고 내려왔기 때문에 비상계단 이용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채널A 영상] 시신유기 의사, 내연녀에 먼저 문자 보내 “영양제 맞을래?”

5일 본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사건 당시 김 씨는 시신을 앉힌 휠체어를 밀고 병원 밖을 나서 병원 옆 주차장으로 가려다 병원 경비원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자동차 문을 대신 열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다. 경비원이 “옮기는 걸 도와드릴까요”라고 하자 김 씨는 “아내가 몸이 안 좋아서 휠체어를 쓰고 있다. 내가 직접 하겠다”고 말했다. 경비원은 휠체어에 있는 여성의 팔이 축 늘어져 있었지만 얼굴에 마스크를 쓴 상태이고 의사가 아내라고 해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다.

이어 김 씨는 시신을 자신의 차에 싣고 자신의 집으로 가서 아내에게 다른 차를 몰고 따라오라고 한 뒤 다시 병원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이어 시신을 숨진 이 씨의 아우디 승용차에 옮겨 싣고 한강공원으로 갔다.

이처럼 풀리지 않은 의혹이 무수히 남아있는 가운데 경찰은 5일 “김 씨가 우발적으로 시신유기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며 “곧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병원 전체를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만 처방전 없이 미다졸람을 건네주고 관리 장부에 해당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간호사 2명은 수사할 방침이다. 미다졸람에 대한 병원 측의 허술한 관리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황성혜 인턴기자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과 석사과정  

▲동영상=‘우유주사’ 피해 여성 마지막 모습 CCTV
#산부인과#시신 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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