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부터 야간 공포체험이 시작돼 관광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강원 정선군 화암동굴. 이곳에서는 관광객들의 비명소리가 쉴새없이 메아리친다. 동굴 곳곳에 숨어 있던 귀신들이 갑자기 나타나 관광객들을 놀라게 하기 때문. 하지만 귀신들이 비명을 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귀신에 놀란 관광객들이 갑자기 귀신에게 달려들어 때리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귀신 역할을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형민석 씨(22·대학 2년)는 아저씨 관광객에게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할머니들한테 매서운 뺨 세례를 당했다. 형 씨는 “몇 차례 관광객들로부터 피해를 당한 뒤 각별히 조심하고 있지만 가면을 쓰고 있는 데다 동굴이 어두워 관광객의 공격(?)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김원민 씨(22·대학 2년)도 “늑대인간이나 마녀 가면을 쓰면 숨쉬기가 곤란하고 땀이 많이 나 힘들다”며 “여성 관광객은 귀신이 나타나면 주저앉는 경우가 많지만 남성 관광객은 반사적으로 주먹이 날아올 때가 있어 건장한 남성 관광객을 특별히 조심한다”고 했다.
귀신 역할을 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화암동굴의 야간 공포 체험이 시작된 2007년 초기에는 더 심한 수난을 당했다. 주먹에 맞아 코피를 흘리고 여성 관광객의 손톱에 팔과 얼굴을 긁히는 일도 자주 생겼다. 2008년에는 거구의 관광객이 휘두른 주먹에 귀신의 턱이 빠져 119구조대에 실려 가기도 했다. 남성들의 반사적 행동이 단발에 그치는 반면 여성은 수차례 계속되는 것도 특징. 공포체험시간이 야간이다 보니 술을 마신 관광객도 있고, 귀신의 가면을 벗기려고 달려드는 간 큰 관광객도 있다.
2008년에 이어 두 번째 귀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재하 씨(24·대학 3년)는 노하우가 생겼다. 처녀귀신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씨는 “예전에는 관광객의 돌발 행동에 대처하지 못해 고생을 했지만 요즘은 일정 거리를 두고 치고 빠지는 식으로 대처한다”고 말했다. 이상석 씨(23·대학 2년)는 “관광객의 돌발 행동으로 피해만 보지 않는다면 재미가 있는 데다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보수도 좋고 시원한 동굴에서 일할 수 있어 매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르바이트생에게는 4만5800원의 일당과 주휴수당, 저녁식사가 제공된다.
정선군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하지만 돌발적인 행동은 막기가 어렵다”며 “예년에 비해서는 피해가 많이 줄었다”고 밝혔다. 이달 19일까지 진행되는 야간 공포체험에는 아르바이트생 13명이 채용돼 대기자를 제외한 10명 정도가 상시 투입되고 있다. 오후 7∼11시 운영되며 1일 최대 수용 인원은 360명이다.
야간 공포체험은 동굴 내부의 조명을 모두 끈 채 관광객들이 4∼7명씩 조를 이뤄 손전등을 들고 동굴을 탐험하는 1시간 코스다. 동굴 내부에는 음산한 음향과 박쥐, 시체, 공동묘지 등의 소품이 설치돼 있다. 화암동굴이 인기를 끌자 동해시 천곡동굴에서도 올해부터 야간 공포체험이 시작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