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의 한 열람실. 검은색 볼펜을 쥔 이대우 씨(71)의 오른손이 하얀 A4용지 위를 바삐 오갔다. 비타민과 영양소에 관한 내용들을 깨알같이 적어 나갔다. 그는 “집에 가면 이렇게 손으로 직접 베낀 기록 자료들이 박스 한 가득”이라며 “컴퓨터 이용이 서툴러 종이에 기억하고 싶은 정보를 써 놓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스마트폰은 주머니 속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 “찰칵!”
같은 시각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도서관 3층 열람실. 스마트폰을 쥔 이원경 씨(21·여)의 오른손이 전공 서적의 한 페이지를 겨냥하면서 난 소리다. 페이지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관련 도식과 설명이 펼쳐져 있었다. 스마트폰 화면 속으로 복잡한 도식이 고스란히 옮겨졌다. 이 씨는 “스마트폰 카메라 화질이 워낙 좋기 때문에 책을 읽다가 메모하고 싶은 대목은 이렇게 찍어 둔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손으로 쓰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나중에 사진들을 컴퓨터에 옮겨 정리만 하면 되기 때문에 수월하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폭염도 비켜 간다. 배움 앞에 나이는 상관없다. 하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과 손자뻘 되는 학생들의 도서관 이용법은 달랐다.
소장자료 검색대 앞은 세대 차이가 가장 확연히 드러나는 곳. 7일 다시 찾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자료 검색대 옆에 마련된 메모지와 펜으로 도서 위치를 적어 나가는 사람은 대부분이 60대와 70대였다. 10대와 20대 학생들은 검색 화면에 뜬 분류번호와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는 금세 그곳을 떠났다. 스마트폰에 있는 메모장을 띄워 놓고 엄지손가락 두 개를 분주히 놀려 분류 번호를 메모하는 학생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박모 씨(67)는 “스마트폰을 갖고는 있지만 손으로 메모하는 게 오히려 더 편하다”며 “젊은 애들이 사진 찍고 가는 걸 보면 그저 신기하다”고 말했다. 층마다 복사기가 6대 넘게 놓여 있지만 학생들의 발길은 뜸했다.
10대와 20대의 스마트폰 활용은 도서관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대학생 김모 씨(26)는 “요즘은 강의시간에 교수님들이 칠판에 판서를 하면 따로 필기를 하지 않고 칠판 자체를 사진으로 찍어두는 학생이 많다”고 귀띔했다. 대형 서점 곳곳에 마련된 도서 검색대 앞에서도 스마트폰을 꺼내 책이 놓여 있는 위치를 사진으로 찍거나 스마트폰에 메모하는 젊은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언론사에 갓 입사한 젊은 기자들도 취재자료를 스마트폰으로 찍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의 발언도 곧바로 녹음해 버린다. 일일이 취재수첩에 내용을 옮겨 적었던 선배 기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고려대 중앙도서관 학술정보관리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면서 작년에 비해 장서 훼손이 대폭 줄어들어 책 수리비가 많이 절감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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