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울린 제비

자국 출신 여성들 채팅사이트 통해 유혹해 잠자리
불륜 폭로 협박해 돈 뜯어… 중앙亞 출신 20대 구속

“한국 생활이 외롭거나 대화를 나누고 싶은 분은 연락 주세요.”

2009년 1월 중순 3개월짜리 단기종합비자(C-3)로 입국한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U 씨(24)는 비자 만료기간을 넘기고도 귀국하지 않았다. 불법 체류자가 된 그는 일용노동자로 전전하다 2010년 10월 러시아 채팅사이트에 접속해 러시아어로 글을 남겼다. 멋지게 옷을 입고 찍은 자신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

곧바로 ‘친구’가 나타났다. 수도권에 사는 같은 나라 출신 여성 A 씨(25)였다. A 씨는 “4년 전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으로 왔는데 아이를 낳은 뒤에도 적응이 쉽지 않다”고 푸념을 털어놨다. U 씨는 곧바로 A 씨에게 만날 것을 제안해 A 씨가 사는 도시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술을 마시며 고국 얘기를 하다 동침까지 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까지 몇 차례 더 성관계를 가졌다. U 씨는 A 씨를 만날 때마다 ‘기념’이라며 입을 맞추거나 포옹하는 장면을 스마트폰으로 찍었다.

U 씨는 영남지역에 사는 같은 나라 출신 유부녀인 B 씨(26)에게도 손을 뻗쳤다.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던 B 씨를 위로해 주는 척하며 술을 먹인 뒤 역시 첫날 동침을 하고 사진을 찍었다.

U 씨는 A 씨에게 “계속 만나지 않으면 남편에게 알리겠다. 그동안 내가 돈을 많이 썼다. 250만 원을 달라”고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협박을 했다. 한국인 남편에게 들킬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고민하던 A 씨는 여성단체에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U 씨는 결국 여성단체의 신고로 경찰에 덜미가 잡혔고 경남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7일 그를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U 씨가 A, B 씨 외에 같은 나라 출신 여성들의 사진을 많이 갖고 있는 데다 채팅 사이트에서 여자친구를 자랑한 점으로 미뤄 여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러시아 전통무예인 삼보를 익힌 U 씨는 체격이 다부지고 얼굴도 말쑥한 편”이라며 “타국에 시집와 외로움을 느끼던 같은 나라 출신 유부녀들을 농락한 물 건너온 제비”라고 개탄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채널A 영상] ‘불건전 만남’ 악용되는 스마트폰 “규제 없어 아이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