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에어컨 틀고 잤어?” 24시간 틀었다가…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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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연속 전력 ‘주의’ 경보… 32평 아파트 주부 ‘24시간 냉방 일기’

“당신 또 에어컨 틀고 잤어?” 인천 부평구 산곡동에 사는 김영선 씨(46·여)가 7일 오전 7시 남편을 다그치듯 깨웠다. 남편 이모 씨(48)가 부스스 깨어나며 말했다. “더운데 어떻게 해. 그래도 남자 탁구 유승민이 이겼어.”

이 씨는 이날 새벽 3시 런던 올림픽 남자탁구 단체 준결승전을 보기 위해 일어나 에어컨부터 켰다. 열대야로 새벽에도 바깥기온이 27도가 넘는 데다 집 안에는 하루 내 달궈진 열기가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탁구에 이어 한순철 선수의 남자복싱 8강 경기까지 연달아 시청했다. 경기를 보며 맥주를 마신 터라 몸이 더워져 오전 5시경 에어컨을 켠 채 잠에 들었다.

남편이 이날 오전 3시부터 7시까지 에어컨을 가동해 소요된 전력량은 6kW. 김 씨 가족이 올해 1∼7월까지 하루 평균 사용한 전력량은 9kW다. 4시간 동안 하루치 전력의 3분의 2를 쓴 것이다.

○ 요즘 하루 사용량 평소의 2.6배

가정주부인 김 씨는 회사원인 남편, 고교생 아들과 함께 105.6m²(약 32평) 아파트에 산다. 거실에 스탠드형 에어컨과 선풍기가 각각 1대씩, 안방에 선풍기 1대가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6일과 7일에 걸쳐 김 씨 가족이 24시간 동안 소비한 전력량 추이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하루 전기사용량이 다른 계절의 2.6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년 여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6일 전국의 시간당 최대전력수요가 7429만 kW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정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전력 수급 ‘주의’ 경보가 내려졌다. 전력거래소는 7일 오전 11시 20분 예비전력이 정상 범위인 400만 kW 밑으로 떨어져 330만 kW까지 내려가자 전력수급경보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오후 2시 15분에 예비전력이 261만 kW까지 떨어지자 경보 단계를 ‘주의’로 높였다.
▼ 에어컨 송풍 기능만 잘 써도 절전 ▼

김 씨는 오전 8시 남편과 아들을 직장과 학교에 보내고 집안일을 하며 오전을 보낸다. 아직 바깥바람이 데워지기 전이라 창문을 열고 선풍기만 간간이 돌린다. 오후 1시부터는 부업으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집에서 피아노레슨을 해 오후 내내 에어컨을 튼다.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오후 6시 이후로는 가급적 선풍기만으로 더위를 견딘다. 남편이 귀가하는 오후 8시부터는 선풍기를 각자 1대씩 쓴다.

에어컨 1대를 틀면 전력량이 1시간에 2kW씩 증가한다. 이에 비해 선풍기는 2대를 3시간 동안 돌렸을 때 1kW가 는다. 에어컨을 켜면 선풍기를 돌릴 때보다 전력량이 12배가량 빨리 증가하는 셈이다. 김 씨는 “오후에는 레슨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뿐 아니라 저 스스로도 너무 더워 에어컨 없이는 견디기 어렵다”며 “전기를 가급적 아끼려고 하지만 더위에 지치면 일상생활이 안 돼 에어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씨 가족이 이날 하루 소비한 전력량은 23kW. 1∼7월 평균인 9kW의 2.6배 수준으로 늘었다. 지난해 8월 김 씨 가족의 하루 평균 소비전력인 12kW와 비교하면 올여름엔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벽에 올림픽 경기가 몰려 있어 한밤중 에어컨 사용이 잦은 것도 전력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다.

이런 현상은 김 씨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스위스 간 축구 예선전과 여자 양궁 경기가 열린 지난달 30일 오전 1∼3시의 전국 전력소비량은 평소보다 52만 kW가 늘었다. 박태환의 수영 자유형 400m 결선이 열린 지난달 29일에도 전력소비가 44만 kW 많았다.

[채널A 영상] “올림픽 봐야 하는데…” 에어컨 지금 사도 일주일 넘게 ‘대기’

○ 에어컨-실외온도 차 5, 6도로 유지를

전문가들은 에너지 절감 요령을 잘 실천하면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사용하더라도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에어컨 온도 설정을 할 때 야외 온도와 실내 목표 온도 차이를 5, 6도 내로 유지하는 게 좋다. 에어컨 사용 시 권장 실내온도는 보통 26도이지만 요즘처럼 34도가 넘어갈 경우 28도 이하로 설정하면 전력 소모량이 급증한다. 에어컨이 바람을 빨아들였다가 내뿜는 ‘송풍’기능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30분 정도 에어컨을 돌린 뒤엔 냉방기능을 잠시 끄고 10∼15분가량 송풍기능만 활용하면 전기요금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에어컨을 선풍기와 함께 사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선풍기를 틀면 공기 순환이 빨라져 에어컨이 내뿜는 시원한 공기가 피부에 빨리 닿기 때문이다. 에어컨 위치를 TV 냉장고 등 열을 발산하는 다른 가전제품과 떨어뜨려 놓는 것도 중요하다. 주변의 뜨거운 공기가 필터를 통해 에어컨 안으로 들어가면 이를 차가운 공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커진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전력 주의#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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