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녹지 늘면서 뱀과 ‘위험한 동거’ 슬금슬금 늘어나… 수도권 파충류 신고 증가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멧돼지만 도심에 나타나는 게 아니라 뱀으로 대표되는 파충류도 도시를 습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심 속 공원에서도 충분히 뱀이 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도심에 출현하는 뱀이 늘어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6월 초 전남 목포시 상동 모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길이 2m가량의 구렁이가 발견돼 출동한 119 대원들에게 포획됐다. 또 경남 창원에서도 최근 석 달 사이 주택가 등지에 20여 차례나 뱀이 나타나 소방당국이 주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6월 말부터 한 달 넘게 서울 양천구 신월동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뱀떼’의 진원지는 결국 근처의 한 건강원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본보 3일자 12면 ‘신월동 뱀’ 알고보니 건강원서 탈출

처음 신월동 일대에 뱀이 나타났을 때에는 근처 공원이 뱀의 본거지로 의심받기도 했다. 문제의 장소는 뱀 출현 지점에서 직선거리로 가깝게는 250m, 멀게는 500m가량 떨어진 계남제1근린공원. 야트막한 신정산 자락에 만든 44만 m²(약 13만 평) 규모의 도심공원이지만 산책로 바깥으로는 나무와 풀이 제법 울창했다. 하지만 이런 도심공원의 경우 대부분 정확한 생태계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어떤 종류의 동물이 얼마나 서식하는지 알 수가 없다.

서울소방본부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여름철(6∼8월) 서울 및 경기지역에서 파충류 관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우는 2010년 389건에서 지난해 416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6, 7월 두 달 동안에만 벌써 343건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주택가에 뱀이 나타나는 일은 멧돼지나 벌처럼 자주 있지는 않지만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는 맹독을 갖고 있는 만큼 절대로 직접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가 팽창하고 전원주택 등의 개발이 늘면서 사람과 뱀의 ‘위험한 동거’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변 환경에 따라 서식 가능한 뱀의 종류는 극히 제한된다는 의견이다. 15년 동안 뱀을 관리한 이상림 서울대공원 사육사(47)는 “도시지역이라도 어느 정도 규모의 녹지라면 뱀이 서식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특히 뱀은 비가 자주 오는 계절에는 몸을 말리기 위해 햇볕이 있는 곳으로 가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뱀이 먹이를 찾아 헤매다 보면 산 아래 주거지로 올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번 신월동 사례처럼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은 자연현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만큼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도시 녹지#파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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