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발 총장보다 관리형 총장이 대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8일 03시 00분


건대 송희영-연대 정갑영 세종대 신구-동아대 권오창 등 내부 승진 케이스 두드러져
“조직안정 통해 내실 다지기”

2000년대 들어 대학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고경영자(CEO) 스타일의 외부 인사를 총장으로 영입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시절이 있었다. 대학들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타급 인사들을 잇달아 총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추세가 꺾이고 있다. 해당 대학에서 수십 년씩 재직하며 다양한 보직 경험을 쌓은 내부 인사가 선호되고 있다. 총장에게 요구되는 덕목도 외향적이고 자신을 드러내는 ‘마당발’보다는 조직을 살피고 대학을 앞세우는 ‘관리형’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대학의 발전 방향이 변화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 2000년대 중후반 대학의 외적 성장이 각광을 받던 시대에는 획기적인 개혁 방안으로 화제를 모으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총장의 개인적인 인지도를 활용해 기부금을 많이 모으는 것도 중요했다.

반면에 최근에는 대학들이 내실을 다지는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복잡해지는 인사와 연구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

올해 선임된 총장들을 보면 이런 특성이 두드러진다. 건국대의 송희영 신임 총장은 ‘정통 건국인’으로 불린다. 건국대를 졸업하고 이 대학 교수가 돼 기획조정처장, 부총장 등을 두루 지냈다. 3월 취임한 정갑영 연세대 총장도 마찬가지다. 연세대를 졸업한 뒤 교무처장, 원주캠퍼스 부총장, 평생교육원장 등 학교의 중요 직책들을 맡은 경력이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처음 간선제를 도입해 외부 인사도 후보로 많이 등록했지만 결국 내부 인사가 뽑혔다. 학교 사정을 잘 알고 교수들의 입장도 잘 이해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총장이 총장으로 ‘승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건국대 송 총장을 비롯해 올해 취임한 세종대의 신구 총장과 동아대의 권오창 총장이 부총장 출신이다. 신 총장은 연구처장, 교무처장, 대학발전위원장을 지냈고 권 총장은 대학원장과 법인 이사 등을 지냈다.

이처럼 내부 인사가 주류가 된 데에는 외부 인사에 대한 대학가의 피로감이 누적된 영향도 있다.

대학 구성원 사이에서는 “대학을 잘 모르는 총장이 무리하게 압박을 가해 너무 피곤하다”는 반응이 점점 커졌다. 한국통신 사장을 거쳐 2005년 광운대로 갔던 이상철 전 총장은 “내가 가장 많이 들은 얘기는 ‘총장님, 대학은 기업과 다릅니다’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대학 총장#내부 승진#조직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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