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남대가 전국 38개 국립대 가운데 마지막으로 총장 직선제 폐지를 결정했다. 직선제 존치 여부를 묻는 투표에서 교수의 70.1%가 직선제 유지를 선택했지만 김윤수 총장(사진)은 직선제 포기라는 ‘결단’을 내렸다. 민주화운동의 산물이라는 직선제 명분보다 정부 지원이라는 실리를 택한 것이다. 8일 만난 김 총장은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전남대는 광주라는 지역적 상징성에 최초 총장 직선제 대학이라는 역사성 때문에 폐지를 둘러싼 진통이 심했다. 전남대는 이달 안에 직선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학칙 개정을 할 계획이다. 그는 직선제 폐지를 위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탓인지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직선제 폐지 카드를 꺼냈는데….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총장 직선제 개선을 위한 학칙 개정을 발의하며’라는 2장짜리 서한문을 작성하는 데도 2주가 걸렸다. 위장병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다. 경영 책임자로서 눈앞의 위험을 피하지 못한 채 대학이 피폐해지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
―서한문에 개인적인 고뇌가 담겨 있는 것 같다.
“1987년 대학평의원회 초대 멤버로서 총장 직선제를 외쳤던 사람이 총장이 되고 나서 폐지를 주도하게 됐으니 무슨 업보인가 싶었다. 그래서 서한문에 ‘역사의 죄인’ ‘역린(逆鱗)의 결단’이라는 표현을 썼다.”
―직선제 폐지 결정 이후 학내외 반응은….
“교수들과 동창회 등 외부 인사들로부터 많은 e메일을 받았다.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쉽다고 말한 분들도 있었다. 구성원들이 저의 충심을 알아주는 것 같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직선제 폐지 논의가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있다.
“사실 지난해 말부터 외부 인사들을 만나 직선제 존폐 의견을 수렴했다. 폐지 의견이 7 대 3으로 많았다. 학내 공론화 시기를 결정하는 데 고민이 많았다.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4년 연속 교육역랑강화 사업에서 탈락하는 등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총대를 멨다.”
―이번 19대 총장은 직선제로 하고 차기 총장부터는 공모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직선제가 됐든, 공모제는 됐든 교수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모제를 하더라도 신임투표 형식이나 선호도 조사 등을 통해 구성원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
16일 이임식을 하는 김 총장은 18일 평교수 신분으로 아이티에서 전남대병원 의료진과 함께 봉사활동을 벌인다. 김 총장은 “전남대가 지역민에게 사랑받고 호남 거점 국립대학으로 우뚝 서는 데 주춧돌 하나를 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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