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자’에 가득찬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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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신문 1면 상단 에쓰오일 ‘情YOU캠페인’ 가족-이웃 사랑 메시지 화제

신문 1면에 일반인의 작은 사연이 실릴수 있을까. 에쓰오일은 자사의 광고란에 가족, 친구 등에게 보내는 일반인들의 30자 편지를 실어 호응을 얻고 있다.
신문 1면에 일반인의 작은 사연이 실릴수 있을까. 에쓰오일은 자사의 광고란에 가족, 친구 등에게 보내는 일반인들의 30자 편지를 실어 호응을 얻고 있다.
아들이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훤칠하게 키가 자란 친구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닐 동안 아들은 2년 내내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 투정도 부리고 차라리 엄마를 원망하면 마음이라도 편하련만 일찍 철이 든 아들은 대신 아프고 싶은 엄마의 타는 속을 눈치챘는지 더 많이, 더 씩씩하게 웃었다. 아픈 아들을 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속으로만 반복했던 말을 남선아 씨(36)는 지난달에야 신문 광고로 전했다.

“백혈병과의 힘든 투병 중에서도 늘 웃어 줘서 고맙다 사랑해!”

○ 모두에게 개방한 1면 광고

에쓰오일이 6월 1일부터 동아일보를 비롯한 10개 종합일간지 1면 상단에 돌출 광고를 통해 전달하고 있는 ‘情YOU 캠페인’이 화제다. 경기 침체 속에서 누군가로부터 위안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광고 속 회사 이름의 크기는 과감히 줄이고 값비싼 1면 광고를 고객들에게 개방했다.

에쓰오일이 홈페이지(www.s-oil.com)와 모바일로 접수한 30자 메시지 게시판은 쑥스럽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동안 주변에 전하지 못한 응원의 메시지로 넘친다. 6월 한 달간 인터넷 접수만 1000건을 넘었다. 7월에는 신청자가 더 늘어 약 2400건이 접수됐다. 에쓰오일은 이 중 메시지를 선정해 매일 다른 것으로 광고를 싣는다.

법무부 서울동부보호관찰소 행복배움터에서 2008년부터 보호관찰을 받는 학생들의 검정고시 준비를 도운 김보현 보인중 교사는 지난달 26일 학생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어려운 환경에서 범죄의 길로 내몰려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아이들은 3일 고입·대입검정고시를 치렀다. “동부보호관찰소 행복배움터 검정고시 대박기원 힘내자!” 김 교사의 메시지는 아이들과 김 교사를 더 끈끈하게 연결해 주는 메신저가 됐다.

○ 각박한 세상, 30자로 전하는 진심


사회 분위기가 각박해질수록 소중한 것은 가족이라는 사실을 반영하듯 신청 메시지 중에는 가족에 대한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많았다. ‘회사에서는 정년이 있지만 아버지란 이름에 정년은 없습니다’(7월 16일자), ‘베트남에서 시집 온 연우 엄마∼ 우리 항상 알콩달콩 살아요’(6월 25일자). ‘30자 내로 적기엔 내 마음이 너무 크다오. 평생 사랑하겠소∼’(8월 2일자) 등 무뚝뚝한 남편과 딸, 손자는 신문광고로 사랑을 전했다.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일하는 해양구조원과 소방관에 대한 응원도 눈길을 끌었다. 2006년부터 소방방재청과 함께 ‘소방영웅지킴이’ 프로그램으로 소방관들을 후원하는 에쓰오일 직원들이 게재한 ‘소방영웅, 시민영웅… 세상은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 지킵니다’(6월 28일자)라는 메시지도 화제가 됐다.

런던 올림픽이 시작된 7월에는 대한민국의 선전을 기원하는 재치 넘치는 메시지들이 채택됐다.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메시지와 함께 “런던에서 종합 5위 하면 시청에서 ‘구도일(에쓰오일 마스코트)’과 함께 춤을 추겠다”는 공약도 등장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말까지 이 광고 지면을 계속 일반인에게 줄 계획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에쓰오일#情YOU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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