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호남대 정원 늘리기 특혜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학과 증원 계획에 없던 간호사-물리치료사 등 72명 추가로 배정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달 초 보건의료 관련 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규정과 절차를 어긴 사실이 드러났다. 이 학과들은 취업률이 높아 대학마다 정원을 늘리고 싶어 하는 대상이다. 대학가에서는 “공무원들이 정권 말에 로비를 받고 일부 대학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가 8일 단독 입수한 교과부의 ‘2013학년도 보건의료 분야 대학 정원 증원 배정 결과’에 따르면 호남대는 증원 대상이 아닌 분야에서 정원이 72명 늘었다.

교과부가 증원 신청을 받기 위해 6월 대학들에 보낸 공문에는 호남대가 있는 광주시의 경우 작업치료사 20명만 배정됐다. 광주지역 대학들은 이에 맞춰 신청했다. 그러나 호남대는 작업치료사 20명 외에도 간호사 20명, 물리치료사 7명, 응급구조사 20명, 치위생사 25명 등의 정원 증원을 받아냈다.

교과부는 “시도별로 신청한 대학에 정원을 배정한 후 일부 지역에서 남는 정원을 호남대에 줬다. 호남대는 작업치료사 이외의 분야에도 신청을 했다”고 해명했다. 호남대는 배정이 되지 않은 분야에 증원을 신청했고 교과부가 이를 받아줬다는 뜻이다. 지방 A대 관계자는 “증원 계획이 없던 분야에도 신청한 사실로 미뤄 교과부와 호남대 사이에 모종의 사전논의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교과부는 신설학과에 30명 이상을 배정하겠다고 공문에 명시했지만 호남대가 이번에 배정받은 정원으로 신설한 치위생과와 응급구조학과는 모두 30명 미만의 정원을 받았다. 지방 B대 관계자는 “교과부 공문에 따르면 학과 신설을 위해 교원확보 등 구체적인 학과 운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광주시에 정원이 배정되지도 않은 치위생 분야 학과의 운영계획서를 호남대가 어떻게 제출했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시도별로 남는 정원의 배정 원칙도 심사 도중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교과부는 ‘시도별 정원에 비해 대학의 신청이 부족한 경우 5+2 광역권별로 배정한다’고 조정안내 계획에 명시했다. 5+2 광역권은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 강원권(강원) 충청권(대전 충북 충남) 호남권(광주 전북 전남) 대경권(대구 경북)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 제주권(제주)이다.

그러나 실제 심사과정에서는 남는 정원을 이런 기준과 관계없이 16개 시도별로 배정했다. 이에 따라 호남대 외에도 충청권 지역의 대학들은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응급구조사 등의 분야에서 정원이 당초 배정된 수보다 92명이 더 늘었다. 교과부는 “장관의 지시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결정이 지역별로 부족한 보건의료 인력 양성 차원의 대학 정원 증가라는 원칙을 어겼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시도별 현황을 파악해 부족한 인력을 산정하고 이를 근거로 교과부와 협의해 증원 규모를 결정한다. 따라서 정원 증가는 철저히 지역 수요에 맞춰야만 한다.

교과부는 한술 더 떠 변경된 배정원칙을 대학에 통보하지도 않았다. 지방 C대 관계자는 “정원이 늘어난 분야는 모두 취업이 잘돼서 대학이 증원에 사활을 걸고 매달린다. 배정기준이 광역권에서 시도 단위로 바뀌었다면 이를 대학에 알려주고 재신청을 받아야 당연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정원을 늘리지 못한 대학을 중심으로 집단 반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방 A대 관계자는 “교과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교과부#호남대 특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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