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출신 결혼이주여성 한모 씨(30)는 올해부터 아들(7)을 방과후 교실인 ‘다문화반’에 보낸다. 다문화가정 학생만 모아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곳이다. 문제가 생겼다. 다문화반에 다닌 후부터 아이들이 한 씨의 아들을 ‘다문화’라고 부른다. “쟤네 엄마 다문화래”라며 수군거리기도 한다.
한 씨는 “한국어를 배우면 한국어반이라고 하지, 왜 다문화반이라고 해 아이들에게 낙인을 찍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또 “보충학습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배우는 곳이 아닌가. 왜 아이들을 다문화란 이름으로 구분 짓고 장벽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문했다.
결혼이주여성 홍모 씨(48)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13)에게 “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이다. 선생님이 다문화 누구냐고 물어봐도 대답하지 마라”라고 교육했다. 초등학교 때 아들에게 다문화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게 싫어서였다.
얼마 전 아들의 담임교사는 “다문화 프로그램을 소개해야 한다. 엄마가 외국에서 온 다문화가정 자녀는 손들어보라”고 했다. 아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버렸다. 순식간에 시선이 집중됐다. 홍 씨는 “이때부터 아들이 따돌림을 당한다.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이 늘면서 다문화반이나 다문화 프로그램 역시 많아졌다. 경기 부천시의 A초등학교 교사인 김모 씨(57·여)는 “최근엔 교육청이 다문화 거점학교나 글로벌 선도학교를 지정하면서 다문화반을 만드는 학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문화라는 이름 때문에 예상치 못한 차별이 생긴다는 데 있다. 실제 일부 다문화가정 부모와 아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안모 씨(47)는 “자녀를 절대 다문화 프로그램에 안 보내는 친구도 있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어울리도록 하고 싶은데 다문화라고 따로 골라내는 게 싫어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서 다문화가정만 ‘콕’ 찍어 분리 교육하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성숙한 다문화 사회가 되려면 공교육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한데, 통합을 우선시해야 할 학교가 아이들을 다문화라는 이유로 분리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에서도 이주민공동체가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걸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학교가 학생들의 문화적인 배경에 따라 선을 긋고 교육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탈북 전문교육기관인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신현옥 소장은 “어떤 다문화가정 아이가 일반 아이들과 똑같이 어울리고 싶어 하는데 담임교사가 다문화가정 자녀니까 다문화반에 가라고 했다고 한다. 이 아이는 수치심을 느껴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분리 위주의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아이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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