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송도-영종-청라 ‘활짝’, 동구-남구-부평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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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9일 03시 00분


인천경제자유구역 출범 10년 신도심-구도심 희비
非경제자유구역과 격차 커져… 구도심 공동화에 주민 울상
MOU체결 후 투자는 36% 그쳐

옛 도심인 인천 남구 숭의동과 동구 송림동 일대.
옛 도심인 인천 남구 숭의동과 동구 송림동 일대.
2003년 8월 출범한 인천경제자유구역이 10년째를 맞고 있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다는 취지로 출범했지만 정작 인천에서는 지역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투자 유치도 실속이 없다는 지적까지 나와 경제자유구역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 갈수록 벌어지는 지역 격차

인천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송도국제도시 영종지구 청라국제도시 등 3곳의 행정구역은 각각 연수구와 중구 서구에 편입돼 있다. 이 지역은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2003년 이후 발전하고 있지만 경제자유구역에서 제외된 옛 도심에서는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천의 10개 구군 가운데 올해 재정자립도는 중구(51.9%)가 가장 높고 서구(45.9%), 연수구(43.3%)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제자유구역을 끼고 있는 구의 재정자립도가 높은 셈이다.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03년 말 11만7215가구에 주민 수 35만4900여 명에 불과했던 서구는 청라국제도시가 조성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구 수는 37%(4만3125가구), 주민 수는 22.9%(8만1189명), 행정동 수는 3개가 늘었다.

연수구도 송도국제도시 조성으로 경제자유구역 지정 전보다 재정자립도가 4%포인트 높아졌다. 영종지구가 들어선 중구도 2003년보다 가구는 24.7%(8368가구), 인구는 11.5%(1만92명)가 증가했다. 토지가격도 옛 도심과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송도국제도시의 상업 지역은 3.3m²당 1531만 원이지만 동구 송림동 상업지역은 1032만 원으로 499만 원이나 싸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생기기 전 인천의 부자동네로 통했던 부평구는 2003년 37.3%이던 재정자립도가 지난해 27.5%로 뚝 떨어졌다.

○ 상대적 박탈감에 옛 도심선 한숨만

인천 남구 도화동에서 40여 년째 살고 있는 유광근 씨(65)는 요즘 갈수록 황폐화되어 가는 동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타들어간다. 해가 떨어져 날이 어두워지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동네 분위기는 더욱 을씨년스러워진다. 도시개발 사업지구인 이 일대는 2006년부터 보상이 시작되면서 원주민 상당수가 떠났다. 여기에 몇 년 전 인천대가 인천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하면서 이 일대 도심 공동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유 씨는 “인천시가 돈이 없어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행정의 우선순위가 경제자유구역으로 쏠리면서 구도심은 더욱 홀대를 받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 화려한 투자유치, 속빈 강정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이뤄진 투자유치 양해각서(MOU)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건수는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2003년 8월 인천경제자유구역 출범 이후 지난달까지 투자를 위해 체결된 MOU 건수는 총 76건이다. 이 가운데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건수는 28건으로 총 건수의 36.8%에 불과했다. 투자금액도 15억4700만 달러에 머물고 있다.

MOU 체결 뒤 33건(43.4%)은 투자사업을 진행하지 않았고 15건(19.7%)은 협의가 진행 중이다. 투자사업이 중단된 33건 가운데 1건만 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고 나머지는 사업 포기, 외자 도입 불이행 등의 이유로 중단됐다.

인천경제청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영향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이 중단되면서 사업 포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실련은 MOU가 본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에서 명확한 방향성 없이 투자유치 사업을 추진해 온 탓도 분명히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인천#경제자유구역#지역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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