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경기 여주군 여주읍 남한강 강천보.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보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장마가 일찍 끝나고 한 달 가까이 폭염이 이어진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양이었다. 수문을 열지 않으니 보 상류 인근의 물은 당연히 흐르지 않는다. 찌는 듯한 더위와 정체된 물은 수온이 높아진다. 조류 증식의 최적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보 상류 근처에서 이른바 ‘녹조라테’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녹조라테는 조류 때문에 초록빛으로 변한 강물을 녹차음료에 빗댄 표현이다. 하류에 있는 여주보 이포보 상황도 비슷했다. 밑으로 갈수록 강폭은 넓어지고 물 흐름은 느려지지만 북한강이나 낙동강 등지에서 보이던 선명한 초록색은 보이지 않았다.
올여름 남한강에서는 녹조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직까지’라는 단서가 붙지만 전국 주요 하천 가운데 녹조 논란이 없는 유일한 곳이다. 일부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전국적인 녹조현상의 원인이 ‘4대강 사업’이라면 남한강도 녹조의 습격을 피해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이유는 아직 확실치 않다. 남조류 포자(씨앗)가 준설로 제거됐거나 흙탕물 때문에 녹조 원인물질이 바닥에 가라앉았을 수도 있다.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강수량이 많았고 사업이 일찍 마무리돼 담수량이 충분했던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실제 올 1∼7월 전체 한강수계의 강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42.9% 수준이지만 남한강 수계는 이보다 많은 75% 수준이었다.
무엇이 남한강 ‘녹조 실종’의 결정적 요인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녹조가 심했던 하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하천마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의 상황을 다른 곳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면서도 “한강 녹조현상의 원인이 4대강 사업이라는 주장은 신빙성이 낮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하천 생태계의 변화는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이 긍정적인 효과 외에 다른 (부정적인) 영향도 미쳤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녹조의 원인이 전적으로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녹조현상은 더 자주, 더 심하게 나타날 게 분명하다. 그때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막연한 불신감을 이용해 무조건 4대강 사업이 원인이라고 몰아 봐야 근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수도권 37개 정수장 가운데 오존과 활성탄 처리 등의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곳은 4곳에 불과하다. 이번 녹조 파동을 계기로 조기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 필요하다면 재원 마련을 위해 상수도 요금의 현실화도 검토해야 한다. 또 4대강 사업에 따른 하천 생태계 변화를 민관이 함께 중장기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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