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30대 남성에 대해 검찰이 성충동 억제 약물을 투여하는 ‘화학적 거세’를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수사기관이 지난해 7월 시행된 ‘성폭력 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일명 화학적 거세법)’을 적용해 약물 치료를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는 방편으로 ‘전자발찌 부착’ 제도를 활용해 왔지만 최근 전자발찌를 찬 채 성범죄를 시도한 사례가 잇따르자 좀 더 강력한 조치인 화학적 거세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구본선)는 여성 청소년을 상대로 성폭행을 일삼아온 표모 씨(30)를 9일 구속 기소하면서 전자발찌 부착과 더불어 성충동약물치료명령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화학적 거세법은 법원이나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약물치료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이 유죄 판결과 더불어 검찰의 약물치료 청구를 받아들이면 최장 15년 동안 성충동 억제 약물을 3개월마다 투여한다. 법원 판결 외에도 법무부 치료감호심의위원회가 상습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필요한 경우 심사를 해 약물치료를 결정할 수 있는데 이때는 최장 3년까지만 투여가 가능하다.
이에 앞서 5월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13세 미만 여자 어린이 등을 성폭행한 박모 씨(45)에 대해 ‘성욕 과잉 장애(성도착증)’ 진단을 한 뒤 약물치료 명령을 처음으로 내린 바 있다.
화학적 거세는 16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19세 이상의 성범죄자 중 성도착 증세가 있어 재범의 위험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법률적 의미의 성도착증은 극심한 성적환상이나 충동이 6개월 이상 지속돼 이를 조절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화학적 거세에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방해해 정자 생산이나 발기 능력을 낮추는 ‘루크린’ ‘MPA’ ‘CPA’ 등의 약물이 사용된다. 이 약물들을 정기적으로 맞으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사춘기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 화학적 거세가 신청된 표 씨는 강간치상과 특수강도강간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며 지난해 11월부터 스마트폰 채팅으로 만난 16세 미만 여성 청소년 5명과 6차례에 걸쳐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은 혐의다. 그는 이들의 알몸 사진이나 성관계 동영상을 찍고 이를 인터넷 등에 퍼뜨리겠다며 흉기로 협박해 다시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도 받고 있다.
표 씨는 검찰이 치료감호소에 감정을 의뢰한 결과 성도착증으로 판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존 전자발찌와 더불어 지난해부터 국내에 도입된 성충동 약물치료도 적극 활용해 성폭력 범죄자의 재범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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