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으로 퀵서비스 일을 하는 김성균 씨(가명·40)는 기초생활수급자다. 아이 둘과 아내까지 세 식구. 월 110만 원의 수입으로는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가난은 천형(天刑)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기는 애초에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런 김 씨에게 재기의 기회가 왔다. 2010년 4월 보건복지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하나은행이 함께 시작한 ‘희망키움통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부터다. 빈곤에서 벗어나려는 저소득층이 매달 5만 원 또는 10만 원을 저축하면 3년 뒤 지원금을 보태 6배의 목돈으로 돌려주는 제도. 물론 기초수급자 자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김 씨는 4개월 뒤,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이를 악물었다. 폭염 속에서도 아이스크림 한 번 사먹지 않았다. 아이스크림 한 개가 뭐 그리 대수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들에게는 한 푼 한 푼이 중요하다.
그는 매달 10만 원을 희망키움통장에 넣었다. 통장에는 근로장려금 30만 원과 민간기업의 매칭지원금 10만 원이 함께 들어왔다. 4.7%의 은행 이자도 붙는다. 만기가 되는 내년 8월 김 씨는 1900만 원을 손에 쥔다.
희망키움통장 프로젝트 참여자 10명 중 8명이 김 씨처럼 빈곤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0년 상반기 이후 1만여 가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80.8%가 계속 참여하고 있다. 전체 가입자는 올해 5월 기준으로 1만6160명, 적립 금액은 875억 원에 이른다.
가입자인 오미숙 씨는 “2010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 저축을 하느라 생활이 빠듯하지만, 지금이 행복하다. 예전에는 꿈을 꿀 수 없었는데 지금은 피부미용실 가게를 차려 아이들과 자립하는 내 모습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빈곤층이 스스로 일어서도록 돕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 다른 대책은 자활보다는 생계비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친다.
가입자 모두가 계약 기간인 3년을 채우고, 빈곤에서 벗어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의료비 교육비 주택비를 지원받지만 여기서 벗어나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희망키움통장 가입자는 목돈 2000여만 원을 손에 쥐는 대신 이런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정부는 바로 이 점 때문에 중도포기 비율을 50% 정도로 추정한다.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기초수급자에서 벗어나도 희망키움통장 가입자에게는 의료비와 교육비를 2년간 더 지원하기로 했다.
목돈을 받으면 뭘 할까. 설문 결과 “주택 구입 및 임대에 보태고 싶다(40%)”는 답이 가장 많았다. “자녀교육비에 쓰고 싶다(22.2%)” “창업자금을 마련하고 싶다(14.5%)”는 대답이 다음이었다. 이들은 힘들지만 행복하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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