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성폭행 가담 학생이 ‘봉사왕’ 추천서로 성균관대 입학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7일 1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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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신입생, 성폭행 연루땐 입학취소”

지적장애인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이 이 사실을 숨긴 채 대학에 입학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학교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17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 A씨는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리더십 전형에 지원하면서 '봉사를 많이 했다'는 내용의 교사 추천서와 자기 소개서를 제출해 합격했다.

A씨는 지난 2010년에 지방 한 도시에서 한 달간 벌어진 고교생 10여 명의 정신지체 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연루자 중 한 명이었지만, 입학 지원서에 이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소년 보호 처분을 받았다.

당시 법원은 피해자와 법률상 합의가 이뤄진 점, 학생들의 개선 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지만, 장애인 단체 등은 "실질적인 무죄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이와 관련,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A씨의 법원 판결 결과를 공식 문의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라며 "A씨의 집단 성폭력 가담 사실이 확인되면 입학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사실 확인 뒤 출신 고교의 확인과 본인 소명 등을 거쳐 별도 위원회를 열어 입학 취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두 달 전쯤 인터넷에서 A씨의 입학 사실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했으며 한 달 전쯤 결정적인 제보가 들어와 조사에 착수했다"며 "아직까지는 우리 대학 학생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처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사건과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자기소개서, 학생부, 추천서에 나타나지 않았다"며 "추천서상에는 이 학생이 인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가 기재돼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관계자는 "당시 지원서에 봉사활동 경력이 굉장히 강조됐다"며 "입학사정관제는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평가하는 것인데, 학교나 학생이 범죄이력을 의도적으로 밝히지 않고 허위 내용을 적었다면 '역량 왜곡'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전형 당시 사실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자기소개서, 학생부, 추천서는 고등학교와 입학을 주관하는 대학 간 신뢰에 바탕을 둔다"면서 "신뢰가 깨지면 처음부터 입학사정을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A씨 출신 고교나 다른 학생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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