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메트로 달인]‘장미와 함께 15년’ 이영순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육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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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0일 03시 00분


‘가시없는 국산 장미’ 세계적 히트

16일 오전 경기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 장미온실 안에서 이영순 원예육종팀장이 장미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 팀장은 지금까지 36종의 신품종을 만들었다. 경기도 제공
16일 오전 경기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 장미온실 안에서 이영순 원예육종팀장이 장미 상태를 살피고 있다. 이 팀장은 지금까지 36종의 신품종을 만들었다. 경기도 제공
16일 오전 9시 경기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 3명이 ‘장미 온실’ 안으로 들어온다. 다양한 색의 장미로 가득한 유리 온실의 온도는 35도 정도.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지만 이영순 원예육종팀장(42)은 장미꽃 사이에 파묻혀 30분째 꽃잎을 만지작거린다. 꽃잎을 가까이에서 살피기도 하고 향도 맡는다. 한참을 지켜보다 뭔가를 수첩에 꼼꼼히 메모도 한다. 교배하는 데 필요한 모본을 수집하고 품종별 특성 조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팀장은 15년째 매일 아침 이 일을 반복하고 있다.

이 팀장은 ‘장미박사’로 통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998년부터 장미를 인공수정시켜 새로운 품종으로 개량하는 일을 해왔다. 지난해까지 모두 36종의 신품종을 선보였다. 신품종이 나오기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7년이 걸린다.

내놓는 품종마다 시장에서 반응도 좋았다. 그중에서도 최고 히트작은 2010년 개발된 가시 없는 장미 ‘딥퍼플’. 이 품종은 출시 1년 만에 전 세계에서 40만 송이가 팔렸다. 신품종이 한 해 300종 이상이 출시되는데 딥퍼플은 이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인기 품종이다. 지금도 남미 등 10개국에서 재배하고 있어 1∼2년 후면 밀리언셀러(100만 송이 판매)에 오르게 된다.

이 팀장의 명성은 2006년 그린뷰티(사진)를 개발하면서 알려졌다. 그린뷰티는 20년 국내 장미사(史)에 해외에 로열티를 받고 수출한 첫 품종이다. 서른여섯이라는 젊은 나이, 그것도 여성이라 점 때문에 당시에 이 팀장은 ‘장미계의 신데렐라’로 불렸다. 그린뷰티는 2009년부터 송이당 1달러 받고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남미 지역 27개 농가에 수출돼 지금까지 23만 송이가 팔렸다.

그는 새 품종이 성공할 때마다 느끼는 쾌감 때문에 지금도 연구실에서 밤늦게까지 장미와 마주하고 있다. 이 팀장은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에서 유통되는 장미 120여 종 가운데 국내산은 20종에 불과하다”며 “600여 장미 재배 농가들이 해외에 비싼 로열티를 주지 않고 좋은 품질의 장미를 키우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메트로 달인#장미#이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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