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학들은 자기소개서를 여러 명의 입학사정관이 공동으로 검토하는 식으로 확인할 계획이지만 점점 교묘해지는 대필을 완벽히 막기는 힘들어서 애를 먹고 있다.
○ 대필과의 전쟁…고심하는 대학들
서울대는 18일 입학사정관전형의 서류 접수를 마감했다. 6600자 분량을 요구하는 데다 질문 내용이 만만치 않아 대필 유혹에 흔들린 학생이 많았을 거라는 후문이다.
대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는 2단계로 검증하기로 했다. 입학사정관 25명이 1차로 검토하고, 2차로 서로 바꿔 보기로 했다. 입학사정관들은 과거 대필 사례를 집중적으로 검토하면서 대필을 가려내기 위한 준비 작업을 마쳤다.
중앙대는 면접 보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지조사를 하기로 했다. 범죄로 인해 기소된 적 있는지, 대필받은 적이 있는지를 묻는 식이다. 답변과 다른 내용이 나중에 밝혀지면 합격취소 등의 조치를 위한 증거자료로 활용한다. 이찬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장기적으론 자기소개서 작성 기준과 대필 방지 대책을 모은 종합 가이드라인을 세울 계획도 있다”고 전했다.
한양대도 지난주 입시 관련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은 “5년 동안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하면서 쌓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전에 좋지 않은 사례로 적발된 학교는 더 엄격히 검토해서 대필을 가려낼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자기소개서 대필 의혹이 강한 것으로 드러난 고교와 교사에 대해서는 입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 인력도 부족, 시스템도 부족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교사추천서 대필 의혹을 문제 삼는 데 대해 서울 A대학의 입학사정관은 “교사추천서는 참고용으로만 보니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다르다. 딱히 선발 기준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기소개서를 더 비중 있게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대필 방지대책이 효과를 거둘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급증하는 수시 지원자에 비해 입학사정관이 턱없이 적다는 점. 서울의 B대학 관계자는 “많아야 10∼20명인 입학사정관에게 1만 명이 넘는 수험생의 자기소개서를 꼼꼼하게 보라는 요구 자체가 무리”라고 얘기했다.
표절 검색 시스템도 외국과 비교하면 정교하지 못한 편이다. 올 초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영학 석사 과정의 지원자가 8년 전 온라인 매체에 실렸던 글을 베껴 썼던 사실이 드러나 불합격됐다. 표절을 잡아내는 ‘턴잇인포어드미션’이라는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결과다. UCLA는 당시 지원자 870명의 에세이를 검사해 12명의 표절 사실을 밝혀냈다.
글쓰기의 윤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있다. 서울 대원외고의 유순종 교감은 “해외 중고교에서는 글을 읽고 요약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써내는 교육이 일반화돼 있다. 우리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니 학생들이 대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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