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열 고3 최모 양(18)의 꿈은 ‘언어학자’다. 국문학과가 유명한 대학에 진학해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는 게 목표. 하지만 쉽지 않다. 수리영역 때문이다. 그의 모의고사 수리영역 성적은 평균 6등급 이하. 외국어영역과 탐구영역도 3∼5등급 사이다. 반면 언어영역은 모의고사마다 꾸준히 2등급 이상을 받는다. 최 양은 16일부터 시작된 2013학년도 수시모집이 막막하다. 국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탓에 ‘학업우수자전형’은 어려워 보인다. 특별한 비교과활동도 하지 않아 ‘입학사정관전형’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에 담을 내용이 없다. 최 양은 답답하다. ‘언어와는 거리가 먼 수학이 내가 언어학자가 되는 데 발목을 잡을 줄이야….’》
최 양처럼 언어영역 성적만 높은 인문계열 수험생, 수리영역만 유독 자신 있는 자연계열 수험생에게 유리한 수시 전형은 무엇일까?
이럴 땐 적성검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적성검사전형’이 역전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학별로 치러지는 적성검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비해 난도가 낮고 논술, 면접보다 비교적 단기간에 대비할 수 있다.
이 전형에서는 적성검사 점수를 최대 100% 반영해 내신 성적이나 비교과활동 ‘스펙’이 다소 모자라도 충분히 만회가 가능하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대한 부담도 적다. 일반적으로 적성검사전형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반영하지 않거나, ‘언어 수리 외국어 중 2개영역 합 6등급 이내’ 혹은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중 1개(혹은 2개) 영역 3등급 이내’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 적성고사전형으로 수도권 주요 대학 노릴 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수험생들은 ‘적성검사는 중하위권이 치르는 시험’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는다. 이는 오해다.
최성근 가천대 홍보팀장은 “적성검사전형은 학생들의 논술고사, 비교과활동 등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국어 수학 등 일부 교과에 국한돼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해당 교과의 적성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수시에서 적성검사전형을 실시하는 22개 대학을 살펴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경쟁력 있는 4년제 대학이 다수 포함돼있다.
△가천대(글로벌캠퍼스, 메디컬캠퍼스) △가톨릭대(성심교정) △명지대(인문캠퍼스, 자연캠퍼스) △세종대(서울캠퍼스) △한양대(에리카캠퍼스) 등이 대표적. 이들 대학은 신입생 총 1만1632명을 적성검사전형으로 선발한다.
정시모집에서 수능 점수로 이들 대학에 합격하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채널큐적성검사연구소의 대입 적성검사전문 브랜드 ‘넥젠북스’(www.nexgenbooks.co.kr)가 적성검사전형을 실시하는 대학 및 학과의 지난해 정시 수능 합격기준점수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수능 주요 영역 2등급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세종대 호텔관광외식경영학부의 지난해 정시 합격자들의 수능 평균 성적은 언어 2등급, 수리 2등급, 외국어 2등급. 즉, 모의고사에서 언어 혹은 수리 성적이 2등급 이상이라고 해도, 나머지 영역의 성적이 좋지 못하다면 합격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 언어·수리 배점 최대 20점 차… 계열별 맞춤 대비 필요
적성검사전형에서 합격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적성검사 문제 유형은 크게 교과지식을 묻는 ‘교과적성’과 논리력, 추리력, 자료해석력 등을 평가하는 ‘순수적성’(사고영역)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핵심은 교과적성. 적성검사에서 교과적성 문항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80%로 매우 크다. 교과적성은 언어영역과 수리영역으로 다시 나뉘는데 인문계열은 언어영역, 자연계열은 수리영역에 대한 배점이 높다.
예를 들어 세종대는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에서 모두 언어 26문항, 수리 20문항이 출제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배점은 인문계열의 경우 언어가 52점으로 수리(40점)보다 10점 이상 높으며, 자연계열은 수리가 60점으로 언어(34점)보다 20점 이상 높다. 계열에 따른 맞춤형 준비가 필요한 것.
가천대, 세종대 등 9개 대학은 외국어영역 문항도 출제된다. 하지만 배점비율이 9∼18%로 비교적 높지 않은 편. 단, 을지대(성남캠퍼스, 대전캠퍼스),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등 3개 대학은 외국어영역 배점비율이 언어 수리영역과 같거나 비슷하다.
이승호 채널큐적성검사연구소 대표는 “대학들은 적성검사를 통해 학생들의 직관적 사고력과 인지력, 판단력 등 잠재된 학습능력을 평가한다”면서 “이런 이유로 한 문항을 40∼70초 동안 풀어야하게끔 문항수와 시험시간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또 이 대표는 “짧은 시간 내에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이 중요하다”면서 “늦어도 고3 여름방학 직후 적성검사전형 지원을 염두에 두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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