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12범, 서울서 감시망 비웃듯 범행… 실효성 논란
상담치료-화학적 거세 등 왜곡된 성관념 복합처방 필요
경남 통영의 열 살 소녀 아름이가 김점덕(45)에게 무참히 살해된 지 불과 한 달, 성범죄 전과자들이 서울과 경기 수원에서 성폭행을 하려다 살인광란극을 벌였다. 성폭력대책을 강화하자던 정부와 정치권의 요란했던 목소리가 흐지부지되는 기미를 보이자 성범죄자들이 감춰온 수심(獸心)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은 구호만 무성할 뿐 실효성이 없는 제도의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들었다.
20일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한 성범죄 전과자 서모 씨(42)가 주부 이모 씨(37)를 성폭행하려다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3번의 성범죄 전력을 포함해 전과 12범인 서 씨는 전자발찌를 찬 채 범행을 저질렀다. 관할 보호관찰소는 “서 씨가 자기 집 1km 범위 내에서 움직여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전자발찌는 ‘이 상태로 범행하면 쉽게 잡힌다’는 착용자의 이성적 판단을 기대하는 것인데 성범죄자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밀착 감시를 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서 씨는 신상정보 공개대상에서도 제외돼 피해자 이 씨를 포함해 주민 누구도 그가 성폭력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그는 2004년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해 11월 출소했는데, 신상공개는 지난해 4월 16일 이후 성폭력으로 유죄 판결을 받거나 2010년 1월 1일 이후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자에게 한정된다.
21일 수원에서는 특수강간 전과자 강모 씨(39)가 술집 여주인을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흉기를 휘두르며 도주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을 살해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강 씨는 2005년 2차례 성폭행을 저질러 7년이나 복역했지만 지난달 출소 후 신상공개가 되지 않았고 전자발찌도 착용하지 않았다. 2005년 유죄가 확정됐기 때문에 신상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는 전자발찌 소급 적용마저 피해갔다. 국회는 2010년 김길태 김수철 사건을 계기로 전자발찌를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법 개정 한 달 뒤 청주지법 충주지원이 전자발찌 소급 적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전국 법원이 소급 적용을 전면 중단했다. 이 사안은 아직도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그 결과 소급적용 대상자 6916명 중 전자발찌를 차게 된 성범죄자는 위헌제청 전 출소한 378명뿐이다. 성범죄자의 왜곡된 성충동을 없애는 상담치료도 흉내만 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자발찌를 차고 가정주부를 살해한 서 씨는 성폭행으로 7년 6개월을 선고받고도 상담교육은 고작 40시간 처분에 그쳤다. 법원은 최대 500시간까지 상담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지만 판사 재량에 따라 시간이 제각각이다. 성범죄자는 전자발찌, 신상정보 공개, 약물치료(화학적 거세), 상담치료 등 모든 수단이 유기적으로 적용되지 않으면 언제 재범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한림대 범죄심리학과 조은경 교수는 “주변과 단절돼 홀로 생활하는 성범죄자는 욕구 불만이 더 커져 음란물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성관념이 더욱 왜곡될 수 있다”며 “성범죄자의 생각과 행동을 교정하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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