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자살 기미도 눈치채지 못한 게 어미랍니까. 우리 애는 자존심이 강해 친구들 사이에서 억울한 일이 있으면 사소한 일이라도 밝히는 성격이었어요. 지나고 보니 집을 나가던 날 표정이 어두웠어요. 한 시간씩 먹던 밥도 빨리 먹고 몸치장하는 시간도 평소보다 빨랐어요. 그런데 어미라는 게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충남 서산시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고용주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대생 이모 씨(23)의 아버지 이원구 씨(53)와 어머니 김미숙 씨(49)는 기자 앞에서 고개를 거의 들지 못했다.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 않은 듯 방바닥만 바라봤다.
22일 밤 서산시 음암면 자택에서 만난 이 씨 부부는 “처음 경찰에서 오라고 했을 때 이상한 느낌에 가슴이 철렁했다. 유서를 내미는데 ‘왜 그러냐’고 되물었다”며 “유서를 보니 ‘피자 개새끼’라는 표현이 있었다. 너무 깜짝 놀라 ‘이게 무슨 내용이냐’며 몇 번이나 되묻다 읽어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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