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제철]<6>갓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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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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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에 싹 달아난 입맛, 톡 쏘는 갓김치야 찾아줘∼

23일은 여름이 지나면서 선선한 가을이 찾아온다는 처서(處暑)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도 분다. 이맘때쯤 떠올리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별미가 전남 여수의 돌산 갓김치다. 9월 초가 되면 돌산 가을 갓이 본격 출하된다. 돌산 갓은 1년에 2, 3회 수확이 가능한데 봄과 가을 갓이 가장 맛이 좋다. 특유의 쏘는 맛과 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올가을 갓 가격은 kg당 1000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돌산 갓은 톡 쏘는 알싸한 맛과 향을 자랑한다. 이 독특한 맛과 향은 갓에 함유된 시니그린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회를 찍어 먹는 고추냉이에도 시니그린 성분이 포함돼 있다. 시니그린은 항균, 항암 효과가 있다. 돌산 갓김치는 익을수록 맛있다. 제대로 숙성시켜야 고유의 맛과 향이 살아난다. 잘 익은 갓김치를 고등어, 돼지고기와 함께 넣고 찌개를 끓여 먹어도 별미다.

○ 왜 돌산 갓김치일까

전남 여수시 돌산 갓 재배 농민들이 돌산읍 경작지에서 갓을 수확하고 있다. 여수시 제공
전남 여수시 돌산 갓 재배 농민들이 돌산읍 경작지에서 갓을 수확하고 있다. 여수시 제공
돌산읍은 원래 섬이었다. 돌산에 현재의 갓이 유입된 것은 광복 전후다. 누군가 일본에서 갓 품종을 가져왔고 돌산읍 소재지인 세구지 마을에서 처음 재배했다. 국내에도 재래종 갓이 있지만 맛과 향이 겨자와 비슷해 조선시대에는 김칫소로 쓰였다.

세구지 마을 주민들은 벼 감자 보리 외에 용돈벌이로 갓을 재배했다. 김성원 돌산 갓 영농조합 대표(61)는 “세구지 주민들은 나룻배를 타고 여수 시내로 나가 시장에서 소일거리로 갓을 내다팔았다”고 말했다. 이후 돌산 갓은 점차 여수시민이 즐겨 먹는 반찬이 됐다.

1984년 섬이던 돌산에 대교가 놓여 육지인들이 출입하면서 돌산 갓김치 맛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돌산 갓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돌산읍 주민 65명은 1991년 작목반을, 1994년 영농조합을 결성했다. 전국적인 특산품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전남 나주와 무안 등에서도 갓을 재배하고 있는데 돌산 갓과는 향과 맛이 다르다.

최명락 전남대 생명화학공학부 교수는 “돌산 갓의 독특한 맛은 해풍이 강한 해양성 기후, 맑은 공기, 물이 잘 빠지는 토양 등 3대 자연조건이 결합돼 만들어졌다”며 “현재 전국에서 소비되는 갓의 80% 이상이 여수에서 재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여수 생산품만 돌산 갓 이름 쓴다

돌산 갓과 김치는 2010년 지리적 표시에 등록됐다. 지리적 표시란 특정 상품의 품질이 지리적 근원에서 비롯되는 경우 해당 지역을 원산지로 하는 상품이라는 것을 명시하는 제도. 즉, 여수 돌산 갓의 맛은 여수산에서만 난다는 의미다. 실제 여수에서 생산된 김치만 돌산 갓이라는 상표를 쓸 수 있다.

여수지역 갓 재배 면적은 1995년 110ha에서 2011년 878ha로 늘었다. 지난해 돌산 갓 생산량은 3만5120t으로 340억 원어치가 팔렸다. 생산량의 30%는 생 갓으로, 70%는 갓김치로 판매된다. 갓 가공·판매업체만 275곳에 달하고 시장규모는 600억 원을 넘어섰다. 여수에서 갓을 재배하는 농민은 1200명인데 갓 농사로 올리는 소득은 농가당 한 해 평균 2800만 원이다.

여수시는 갓김치 고급화를 위해 늦둥이, 순둥이 등 갓 신품종 6종을 개발해 품종보호 등록을 했다. 또 물김치용 갓인 자람이도 품종보호 등록을 출원했다. 농민들도 요즘엔 신품종 종자를 많이 재배하고 있다. 정대봉 여수시 특산품육성과장은 “친환경 고품질 돌산 갓을 생산해 김치로 담가 세계인의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돌산#갓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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