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요강은 언제쯤…” 속타는 대입 수험생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고3 수험생 정성원(가명) 군은 2학기가 시작되면서 밥맛을 잃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입 지원 전략을 아직도 짜지 못했다. 정 군은 올해 초 일찌감치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승부수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정 군이 지망하는 대학의 정시 모집요강은 수능이 끝난 뒤인 11월 말쯤에나 나올 예정이다. 정 군은 “어차피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왜 이렇게 늦게 발표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올해 대입 정시 모집요강 발표가 늦어지면서 정 군처럼 애간장을 태우는 수험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아일보가 서울의 주요 대학 20곳을 조사한 결과 정시 모집요강을 발표한 곳은 서울대 한 곳뿐이다. 서울대만 3월 8일 수시·정시 모집요강을 동시에 발표했고, 나머지 대학들은 수시 모집을 앞둔 최근에서야 수시 모집요강만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도 서울대만 3월 17일 두 가지 모집요강을 발표했고, 다른 대학들은 원서접수를 눈앞에 둔 11월경 정시 모집요강을 발표했다. 몇 년 전 서울의 한 사립대는 수능 이후 정시 모집요강을 발표한 뒤, 원서접수 기간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고 다시 모집요강을 바꿔 수험생,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대학들은 매 학년도 정시 모집을 1년 앞둔 전년도 11월에 모집계획을 내놓는다. 그러나 이 모집계획은 수험생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험생이 알고자 하는 대학 및 학과의 수능 영역별 반영 여부와 가중치, 학과별 모집인원 등이 모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고3 학부모 김선영 씨는 “대학이 정보를 주지 않으니 학부모들은 비싼 돈 주고 학원 컨설팅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도 “늦어도 고3 1학기 초에는 수시와 정시 모집요강을 발표해 준비할 시간을 줘야 제대로 옥석을 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원망에도 대학들이 발표를 늦추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울의 A사립대 입학처장은 “사실 모집요강은 지금이라도 발표할 수 있다. 늦게 발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눈치 전략’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야 눈치 볼 학교가 없으니 일찍 발표하지만 상위권 대학이 놓친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려는 학교들로선 다른 학교 상황을 살피며 조금이라도 늦게 발표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

충원율이나 수익과 관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B사립대 입학처장은 “수시에서 충원되지 않은 인원을 정시 모집인원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모집요강 발표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C사립대 관계자는 “입시 전형료 수익을 늘리려면 지원 경쟁률을 높여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학교보다 조금이라도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며 “따라서 모집요강 발표를 둘러싸고 대학들이 서로 눈치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수험생#정시모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