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품으로 회귀… ‘연어族’이 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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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4일 03시 00분


독립했던 싱글들, 전세금-생활비 부담에 “자유보다 여유” 컴백홈

직장인 김모 씨(31)는 최근 서울 성북구 동선동 회사 근처 원룸을 정리하고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회사에서 집까지 출퇴근시간이 너무 길어 5년 전 독립했지만 몇 년 새 뛰어버린 전세금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년 전 2000만 원을 올려 달라던 집주인은 재계약을 앞두고 500만 원을 더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대출이자와 월 20만 원이 넘는 각종 공과금을 내며 허울만 좋은 독신생활을 즐길 바에는 1시간 반이 넘는 출퇴근시간을 감내하는 게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했다.

○ 돈과 안정 찾아 ‘컴백홈’…‘연어족’의 등장

홍보대행사에 근무하는 박민 씨(36)도 최근 자유를 포기한 대신 여유를 찾은 경우다. 그는 3년 전 서울 은평구 갈현동 자택을 떠나 회사가 있는 마포구 상수동에 오피스텔을 구했다. 집이 멀지는 않았지만 자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100만 원이 넘는 월세가 점점 부담이 되자 다시 갈현동으로 돌아갔다. 박 씨는 “결혼자금을 모아야 하는데 줄일 수 있는 건 월세와 공과금밖에 없더라”며 “살고 있던 오피스텔을 처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독립해 집을 나갔던 20, 30대 미혼 직장인들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세금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연어처럼 원래 살았던 집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들 ‘연어족’은 자유를 찾아 부모로부터 독립했다가 부모 품으로 되돌아간다. 독립할 나이가 됐지만 취업을 하지 않거나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는 ‘캥거루족’과는 다르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모와 사는 30∼49세 서울시민 가구는 2000년 25만3244명에서 2010년 48만4663명으로 23만1419명(91.4%) 늘었다.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30, 40대 자녀 비율도 7.6%에서 14.7%로 증가했다. 서울시 정보화기획단 정영미 주무관은 “취업 결혼 등과 함께 독립을 했다가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다시 부모와 합가하는 이가 많아지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결혼 후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연어부부’도

결혼한 뒤에 부모님이 살던 곳으로 들어가 둥지를 트는 ‘연어부부’도 늘고 있다. 아기를 낳고 집을 마련할 때까지 부모와 함께 사는 시간을 일종의 ‘독립 유예 기간’으로 삼는 것이다.

결혼 2년 차인 유가은 씨(28)는 결혼 직후 3개월 동안 서울 서초구의 오피스텔에서 남편과 보내다 지난해 시부모 댁으로 들어갔다. 주위에서는 시집살이가 쉽지 않을 거라며 말렸지만 유 씨의 생각은 달랐다. 유 씨는 “식비 공과금을 비롯한 생활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모으면서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며 “시부모와 허물 없이 지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의 양지영 팀장은 “맞벌이 가정의 경우 대출 압박에 자녀 양육 문제 등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부모와 다시 합치는 사례가 많다”며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하고 부모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좀 더 넓은 집을 구해 함께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대형 평형의 아파트에서 현관을 따로 두거나 거실을 두 개로 만드는 분리형 설계가 나오는 것은 두 가구 이상이 함께 사는 경우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연어족#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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