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지킬 軍방탄복 北 소총에 ‘뻥’ 뚫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4일 20시 22분


방탄복을 입고 야간 투시경으로 적진을 살피던 우리 군 초병이 적의 총탄에 쓰러진다. 투시경이 불량이라 적이 총을 겨누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데다 생명을 지켜줘야 할 방탄복마저 적의 총탄에 뻥 뚫린 것이다.

코미디 대본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이 같은 일이 실제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밤에 안 보이는 야간 투시경, 적의 총탄에 뚫리는 방탄복, 녹슨 반합 등 엉터리 군수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또 방위사업청(방사청)이 군용 유류에 대한 단가 계산을 잘못해 정유업체에 총 823억8000만원을 과다 지급한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24일 비(非)무기 군수품 조달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먼저 방탄복 문제.
감사원은 또 2011년 11월21일부터 12월6일까지 10개 부대를 방문해 보급 연도별로 2벌씩 총 14벌의 방탄복을 수거해 성능평가를 실시했다. 북한군이 사용하는 AK-47 소총을 방탄복에 쐈다. 그 결과, 2008년에 제작된 방탄복 1벌에서 총알이 관통돼 방탄능력이 확보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

감사원은 "유사시 우리 군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잘못된 제품은 전량 폐기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조치했다.

야간 투시경도 불량품이 많았다.
감사원은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이 샘플 채취 방식으로 성능검사를 실시해 2011년 8월 육군 모 사단에 납품된 야간투시경 176대에 대한 성능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26대(14.7%)애서 규정 이상의 흑점, 긁힘 현상 등 불량이 확인됐다. 신규 제품에 중고 부품을 사용한 문제점도 드러났다.

단안형 야간 투시경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2500여억 원을 투입해 보급하는 군의 주요 사업이다.
아울러 최근 3년간 보급된 포병 사격지휘차량 108대의 셸터(전자기파 등으로부터 통신장비 등 전자 장비를 보호하기 위한 특수 컨테이너) 가운데 일부의 전자기파 차폐 효과가 기준 미달이거나 효과가 아예 없는 사실도 밝혀냈다.

감사원은 일부 설비가 적의 전자전 및 전자기펄스(EMP)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유사시 사격지휘소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포 사격이 제한되거나 궁극적으로는 군의 전투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육군본부는 2011년 7¤8월 신형 반합 납품을 위한 계약 과정에서 한 업체로부터 내식성 기준을 낮춰달라는 요청을 받고 내식성 기준을 336시간에서 96시간으로 낮춘 뒤 해당 업체로부터 반합을 납품받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밖에 방사청은 군용 유류 입찰 과정에서 국제운임ㆍ보험료, 통관료 등 실제 소요되지 않는 비용 502억1000여만 원을 과다 지급했다.

또 원유수입 시 납부한 관세 보전 명목으로 194억8000만원을, 2009년¤2011년 수입 부담금 명목으로 126억9000만원을 각각 과다 지급했다.

감사원은 방사청을 상대로 해당 금액 823억8천만 원을 환수 받거나 혹은 환수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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