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달 알바생, 음주운전차에 치여 사망

24일 오전 4시경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유진상가 사거리. 24시간 영업하는 한 패스트푸드점 배달원 구모 씨(24)가 몰던 오토바이가 혈중알코올 농도 0.13%(운전면허 취소)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던 최모 씨(21)의 차량과 충돌해 구 씨가 숨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좋아했던 구 씨는 지난해 초 서울 은평구의 작은 태권도장 사범이 됐다. 고교를 졸업한 뒤에도 태권도 4단 공인 단증을 따기 위해 PC방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운동을 계속했던 것이 결실을 봤다.

올 들어 구 씨는 ‘나만의 태권도장 마련’이라는 꿈을 향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월 120만 원의 월급은 턱없이 부족했다. 새 아르바이트를 찾았지만 고졸 학력의 구 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시급이 높은 야간배달을 택한 구 씨는 매일 태권도장에 나가며 주 이틀은 밤새워 햄버거를 배달했고 50만 원을 더 벌었다. 친구인 이모 씨(25)는 “친구는 사흘 밤을 새우고도 ‘어머니가 보내주는 문자만 보면 힘이 난다’며 웃었다”고 했다.

경찰은 최 씨가 음주 상태에서 과속으로 운전하다가 차도로 진입한 오토바이를 보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고현국 기자 m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