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복원센터의 터줏대감인 ‘푸름이’가 자연에서 훨훨 나는 모습을 항상 꿈 꿔왔는데 죽게 돼 안타깝습니다.”
국내 유일의 황새 복원 연구기관인 충북 청원군 강내면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센터장 권용주) 연구부장인 박시룡 교수(60)는 요즘 마음이 착잡하다. 1994년 국내에서 완전 멸종된 천연기념물 제199호 황새 복원을 위해 1996년부터 나선 그가 이듬해 독일에서 들여온 수컷 황새인 ‘푸름이’가 노화(老化)로 죽음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 4월 러시아에서 부화한 푸름이는 3개월 만에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에 나선 독일의 발스로데 포겔 파크에 기증됐다. 1986년 그곳에서 짝을 만나 7년 동안 10∼12마리의 새끼를 낳은 푸름이는 1997년 포겔 파크의 기증으로 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에 자신의 새끼 4마리와 함께 건너와 둥지를 틀었다.
“‘32년생인 푸름이는 사람 나이로 치면 80∼90세에 해당합니다. 현재 소화기관은 물론이고 관절과 근육 등이 모두 노화된 상태입니다.” 박 교수에 따르면 푸름이는 사나흘 전부터 일어서는 것을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또 평균 하루에 미꾸라지300∼400g씩을 먹었지만 지금은 거의 먹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화로 수명이 다했음을 보여주는 뚜렷한 징후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박 교수는 “안타깝지만 복원센터의 최고 ‘어른’이자 인공부화와 자연부화 등을 지켜본 푸름이가 떠나는 것을 담담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상태에서 황새의 수명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는데 푸름이를 통해 황새의 수명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해졌다”며 “생명을 다하면 박제로 만들어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적 보호조류로 멸종위기 1급 동물인 황새는 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농촌 어디서나 번식하던 텃새였지만 농촌 생태계 훼손으로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동아일보 특종(1971년 4월 1일자 1면)으로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지만 이 가운데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고 ‘과부 황새’마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국내에서 완전히 멸종됐다. 교원대 황새복원센터는 현재 127마리를 사육 중이며 내년에 3∼6년생 황새 12마리를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방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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