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향토 대형서점의 명맥을 유지해온 충장서림이 문을 닫는다. 충장서림은 서점에 있는 책을 반납하고 31일 폐업 신고를 할 예정이다. 이로써 광주 구도심에서 ‘빅3’로 불리던 토종 대형서점은 모두 문을 닫게 됐다.
한 시대를 풍미한 지역의 토종 업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유통업체, 영화관, 호텔, 제과점 등이 대기업의 자본 공세에 버티지 못하고 몰락하면서 지역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광주 동구 금남로2가에 자리한 충장서림은 오프라인 서점의 불황에도 꿋꿋하게 명맥을 이어왔다. 1980년대 소규모 책방으로 시작한 뒤 1996년 매장을 확대했다. 지하 1층, 지상 1∼2층에서 책과 문구를 판매하고 3층은 갤러리와 서고로 활용하면서 시민들의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도심 공동화와 인터넷 서점의 저가 할인 공세에 경영난을 겪다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충장서림 관계자는 “서점에 와서 책을 둘러보고 곧바로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는 풍토에 더는 지탱하기 어려웠다”며 “기존 서점 공간에서 임대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나라서적은 1996년 폐업했고 삼복서점도 2008년 금남로 본점의 문을 닫고 서구 치평동 등에서 분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에서도 40여 년 된 향토서점인 중앙동 민중서관이 지난해 2월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인근 대한문고도 비슷한 이유로 문을 닫았다.
지역 유통업계를 이끌었던 향토 백화점은 메이저 백화점 업계에 이미 자리를 내줬다. 1977년 호남지역 최초의 백화점이었던 화니는 1997년 부도를 맞았고, 가든백화점은 전문쇼핑몰인 ‘이프 유’로 이름을 바꾸고 영업했으나 2010년 11월 폐업했다. 1995년 개점한 송원백화점도 현대백화점에 경영을 위탁하면서 향토 백화점 시대를 마감했다. 향토 유통업체 성공사례로 꼽혔던 빅마트는 1995년 창고형 할인매장인 진월점(본점)을 연 뒤 광주와 전남북에 16개 점포를 두고 한때 국내 대형마트 순위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경영난으로 2007년 롯데쇼핑에 13개 매장을 매각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현재 회생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토종 호텔 상당수도 최근 대형 특급호텔에 자리를 내줬다. 충장로와 금남로 전성시대를 열었던 리버사이드호텔과 그랜드호텔은 복합쇼핑몰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남구의 대표 호텔인 국제호텔은 최근 주인이 바뀌면서 오피스텔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고, 광주 관문인 북구 운암동 프린스호텔은 이미 교회로 변신했다.
시민들에게 사랑받아온 향토 극장들은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들의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잇달아 문을 닫았다. 올 1월에는 100년 가까이 충장로를 지켜온 무등극장이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1920년대 ‘제국관’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던 무등극장은 멀티관으로 리모델링하며 버텼지만 결국 손을 들었다. 제일극장(2000년), 현대극장(2004년)이 차례로 문을 닫았고, 콜롬버스시네마까지 영업권을 대기업에 넘기면서 광주극장을 제외한 향토 극장은 모두 사라졌다.
골목을 지켜왔던 ‘동네 빵집’들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광주제과협회에 등록된 제과점은 400여 곳으로, 최근 5년 새 동네 빵집 150여 곳이 사라졌다. 김용재 중소상인살리기광주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대기업의 공세에 지역상권이 위축되면서 소상공인은 물론이고 중소상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중소상인을 보호하는 적합 업종을 지정하고 대기업 진출을 억제하는 ‘중소상인적합업종특별법’을 만들어 골목상권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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