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재산운용 규정을 완화한 정부계획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 법인의 횡령을 막기가 힘들어 비리를 더욱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27일 발표한 ‘대학 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르면 사립대의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 변경한 뒤에 생기는 수익금을 대학 법인이 가져갈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이를 모두 교비에 넣도록 했지만 앞으로는 수익용 기본재산에 따른 수익금을 대학 법인이 운용해서 생기는 이익금만 교비에 넣으면 된다.
정부는 확보 기준을 초과한 교육용 기본재산에 대해서만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재 전국 사립대의 80%가 확보 기준을 초과한 교육용 기본재산을 보유하고 있어 새 규정이 대부분의 사립대에 해당된다.
이에 대해 A국립대 관계자는 “교육용 기본재산에 묶여 처분하지 못했던 대학 소유의 땅을 대거 처분할 수 있게 됐다”며 “문제는 수익용 기본재산을 운용한 학교법인이 이익을 못 냈다고 속인 뒤 이익금을 횡령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학교 법인의 배만 불려 줄 확률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부 사립대 법인의 회계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도 이런 우려를 크게 한다. 교과부는 해마다 대학 법인 10곳 정도를 골라 특별감사를 벌이는데, 해마다 수백억 원의 횡령 등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비리 유형은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실제 거래가격보다 신고가격을 축소하거나 부풀려서 돈을 빼돌리는 행위 △교육용 시설을 활용해 수익사업을 하는 행위 △교비회계로 사들인 건물이나 토지를 설립자 일가 명의로 돌리는 행위 등이다.
최근 퇴출된 성화대도 설립자인 총장이 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면서 교비 36억 원을 쓴 점이 문제가 돼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학은 교내 골프연습장을 일반에 개방해 연간 1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면서도 교육시설로 신고해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 B사립대 관계자는 “학교 재산 처분을 교과부가 감독하는 상황에서도 대학 법인의 비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자율화 추진계획은 비리를 저지르는 곳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의 재정을 늘리기 위한 계획”이라며 “대학 소유의 방치된 부동산을 정리해 만든 수익금으로 전입금을 늘리면 등록금 의존율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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