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라오스의 고원 이름)’이 28일 한반도를 강타해 이날 오후 10시 현재 4명이 숨졌다. 제주 해상에서 배가 전복돼 사망 및 실종된 중국 선원을 포함하면 사망 및 실종자는 19명에 달한다. 볼라벤은 이날 오후 4시경 북한 황해도 강령군을 거쳐 29일 오전 중국 지린(吉林) 성 방향으로 빠져나갔다.
이날 순간 최대풍속 초속 59.5m(광주 무등산 무인기상관측장비 측정값)의 바람이 불어 역대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가운데 두 번째를 기록했다. 최대 강풍은 2003년 태풍 매미 때의 60.0m다. 하지만 우려했던 최악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날 제주 서귀포시 앞바다에서는 중국 어선 2척이 태풍에 전복돼 선원 33명 가운데 5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됐다. 나머지는 모두 구조됐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는 강풍으로 지붕이 날아가거나 순간 정전이 발생해 가동을 멈춘 공장이 속출했다. 이날 강풍으로 전국에서 176만 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다. 경남 사천시에서는 태풍으로 떠밀려 온 제주 선적 7만7458t급 석탄운반선이 강풍과 파도로 좌초되면서 두 동강이 났다. 이 운반선에는 석탄 4만5000t이 실려 있었으나 아직까지 해양 오염 등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천연기념물 103호인 속리산 정이품송의 가지가 부러지고, 천연기념물 290호인 충북 괴산 ‘왕소나무(일명 용송)’는 뿌리째 뽑혔다.
이날 태풍으로 인천대교 등 고속도로 및 일반도로 27곳이 한때 통제됐다. 여객선 운항도 전면 통제됐고 인천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기가 모두 결항했다.
볼라벤은 서해안 진입 당시 중심기압이 961.9hPa(헥토파스칼)로 2000년 이후 한반도로 북상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했다. 제주 305.9mm, 전남 해남 202.5mm 등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에는 무려 740.5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볼라벤이 북한으로 빠져나갔지만 여전히 한반도에 영향을 주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며 “14호 태풍 덴빈(‘천칭’의 일본어)이 뒤를 이어 오고 있는 만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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