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전북]태풍 피해 수천억…“태풍 또 온다는데”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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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30일 03시 00분


호남 농어가 막대한 타격…루사-매미 때와 맞먹어
공무원 군경 투입 응급복구, 특별재난지역 지정 건의

공무원들 비닐하우스 복구 지원 광주시 공무원들이 태풍 ‘볼라벤’으로 피해를 본 비닐하우스 농가의 복구작업 지원에 나섰다. 29일 광주시청 경제국과 통상국 직원 150여 명이 남구 대촌동에서 강풍에 찢어진 비닐을 걷어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공무원들 비닐하우스 복구 지원 광주시 공무원들이 태풍 ‘볼라벤’으로 피해를 본 비닐하우스 농가의 복구작업 지원에 나섰다. 29일 광주시청 경제국과 통상국 직원 150여 명이 남구 대촌동에서 강풍에 찢어진 비닐을 걷어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호남지역을 휩쓸고 가면서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산물 양식장이나 방파제 등 각종 시설물에 대한 피해 집계가 이뤄지면 피해액은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민관군은 29일 피해 현장에서 복구작업을 벌이며 구슬땀을 흘렸다. 여기에다 제14호 태풍 ‘덴빈’이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고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된다.

○ 나주, 배 낙과율 60%

29일 전남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209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수산시설과 과수농가에 대한 피해 조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실제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해 섬 지역은 접근이 어렵고 통신마저 원활하지 않아 정확한 피해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는 이번 태풍이 4127억 원의 피해를 낸 2002년 태풍 ‘루사’와 이듬해 2680억 원의 재산 피해를 낸 ‘매미’에 버금가는 피해를 예상하고 있다. 벼 2283ha가 침수됐으며 벼와 고추, 참깨, 콩 등 2150ha가 강풍에 쓰러졌다. 배 2735ha를 비롯해 단감 648ha, 사과 185ha 등 4052ha에서 낙과 피해가 발생해 128억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나주시의 경우 배 낙과 피해면적이 1434ha에 달하며 농가별 평균 낙과율이 60%로 잠정 집계됐다. 완도와 해남에서 전복 가두리양식장 1만6000여 칸이 파손되거나 유실됐으며 어선 20척도 파손됐다.

전북에서도 강풍으로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32만6176가구가 정전됐다.

태풍으로 일부 학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갔던 도내 학교 20여 곳은 109건의 피해가 발생해 8억여 원의 재산 손해를 입었다. 전신주 케이블 20여 km가 파손되면서 가입자 3300여 명의 인터넷과 유선전화가 먹통이 됐다.

농작물 피해면적도 2700ha를 넘어섰다. 한가위에 맞춰 출하를 눈앞에 둔 장수 사과 등 과수농가는 1126ha의 낙과 피해가 났고 비닐하우스 66ha, 논과 밭 1611ha도 강풍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농작물을 제외한 농업시설 피해액만 28억여 원에 이른다. 가로수 2846그루가 쓰러지고 주택 58채가 파손되는 등 피해 규모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 피해 복구 안간힘

민관군은 이날 오전부터 찢어진 비닐하우스를 손질하고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느라 분주했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순천시 외서면 신덕리와 월암리 일대의 딸기 재배 농가에 전의경 2개 중대 120여 명을 투입해 하우스 해체와 피해 작물 복구작업을 벌였다. 광주서부경찰서 방범순찰대원 60여 명은 이날 광주 남구 화장동 고추 재배 비닐하우스에서 찢어진 비닐하우스를 걷어내고 파손된 지주목을 복구했다. 정성우 방범순찰대장(46)은 “농가 피해가 심각해 10일간 농촌일손돕기 활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토방위사단인 육군 31사단은 순천시 주암면 인삼재배지에 장병 50명, 곡성 사과 과수원과 오리축사, 비닐하우스 재배단지 복구에 70명을 지원했다.

도심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던 광주시는 전 공무원이 가로 정비에 투입됐다. 이날 오전 10시 민원부서 필수요원을 제외한 2000여 명이 서구 상무지구에서 가로 정비작업을 벌였다. 전남도는 섬 지역 등의 통신 두절로 이날까지 정확한 피해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있어 복구작업보다는 피해 실태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전북도는 공무원과 군인 경찰 등 6600여 명을 투입해 응급복구에 나섰다.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후보 등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들도 이날 전북의 피해 현장을 찾았다.

○ 특별재난지역 선포해야

광주시와 전남도는 피해 상황을 조속히 파악해 피해 규모가 큰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건의하기로 했다. 특별재난지역은 해당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와 피해 규모 등을 감안해 정부의 심의 및 건의를 거쳐 대통령이 선포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자체 피해 주민에게는 복구와 보상에 소요되는 경비를 정부가 지원하며 지방세법과 국세법에 의한 재산세와 취득세, 등록세 등 세금 감면과 납세유예 혜택이 주어진다.

광주은행은 강풍 피해를 본 업체와 개인 등을 대상으로 29일부터 태풍 피해 복구자금 50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중소기업은 최대 10억 원까지, 개인은 최대 1억 원까지 ‘재해복구자금 대출’을 지원한다. 기존 대출금이 만기 도래하는 경우 일부 상환 없이 전액 기한 연장을 해줄 방침이다. 특히 태풍 피해금액 1억 원 이내 범위에서는 영업점장 전결로 신속하게 자금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기상대의 한 관계자는 “전북지역에는 30일 오후부터 강풍과 함께 시간당 30mm 이상, 서해안 지역은 최고 150mm의 비가 내리겠다”면서 “축대 붕괴와 산사태, 저지대 침수 등 태풍 피해에 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호남#태풍#볼라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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