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에 이끌려 한국으로 왔어요. 제가 좋아하는 케이팝(K-pop)을 직접 볼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독일 튀빙겐대를 다니던 카트린 마우러 씨(23·여)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일본으로 교환학생을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고려대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마우러 씨의 마음을 흔든 것은 인터넷에서 본 아이돌그룹 동방신기의 뮤직비디오였다. 일본의 비디오게임을 검색하다 우연히 접하게 된 케이팝은 유럽에선 경험할 수 없었던 색다른 음악이었다. 마우러 씨는 “부산 해운대나 전주 한옥마을도 좋지만 빅뱅과 투애니원 콘서트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할 정도로 케이팝 마니아가 됐다.
케이팝이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지역 등 전 세계로 퍼지면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대학생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30일 동아일보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의 주요 8개 대학 교환학생 수를 분석한 결과 2008년 2931명이던 학생이 지난해에는 7139명으로 2.4배가 되었다. 이는 국내 대학들이 글로벌화를 외치며 외국 대학과 경쟁적으로 교류협정을 맺은 이유도 있지만 케이팝 열풍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는 게 대학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특히 대학 당국은 한국을 찾는 학생들의 국적이 다양해지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편중돼 있었지만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 무게 중심이 바뀌고 있는 것. 중앙대는 2008년 20명에 불과하던 미국 출신 교환학생이 올해에는 363명으로 늘었다. 프랑스 학생도 18명에서 66명으로 늘었고, 2008년 한 명도 없던 독일 학생이 올해는 23명이나 왔다.
오스트리아 쿠프슈타인대에서 작년 8월 연세대 경영학과 교환학생으로 온 로이 바이스바흐 씨(27·여)는 “과거에는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가는 친구들을 거의 볼 수 없었지만 케이팝이 인기를 끌면서 지금은 서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교환학생의 국내 정착을 돕고 있는 국제학생회의 전호임 씨(21·여·중국학부 3년)도 “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 등에서 한국 가수의 콘서트장에 가고 싶어서 한국을 찾은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교환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기숙사에 방을 잡지 못해 캠퍼스 밖에서 자취를 하는 외국인 대학생도 크게 늘고 있다. 한양대에는 45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외국인 학생 기숙사가 있지만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이 100명 이상 초과해 임대아파트를 물색하고 있다. 이화여대도 올해 2월 제2국제기숙사를 완공해 모두 282명을 수용할 수 있게 됐지만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이 664명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는 하숙이나 자취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국제교류처 관계자는 “국내 대학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미국과 유럽 출신의 대학생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면 케이팝 등 한류 문화의 수출이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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