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 도매를 하는 김기성 대진전복유통 대표는 하루 종일 물량 확보를 위해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뛰어다녔지만 헛수고로 끝났다. 전복을 공급받는 전남 완도, 해남 등 산지어장이 태풍 ‘볼라벤’에 강타당해 초토화되면서 출하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 김 씨는 “태풍 이전에 받아둔 전복 재고물량은 오늘 다 팔렸고 당장 내일부터는 팔 게 없어 걱정”이라며 “평소 가격의 몇 배를 줄 생각도 했지만 물량이 없어 그마저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볼라벤과 덴빈으로 인한 전복양식장 피해는 산지 어민들뿐만 아니라 김 씨 같은 도소매상에게도 직격탄을 날렸다. 태풍 피해를 입은 전남은 전국 전복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며, 이 중 80% 가까이가 완도산. 완도지역 전복 생산액만 연간 35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 전복을 사서 되파는 도소매업자들, 횟집 일식집 등의 2차 피해는 계산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업계에서는 이런 피해가 2년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완도전복 관계자는 “매일 2t, 월평균 60t 정도 출하하는데 지난 주말부터 태풍 때문에 작업을 못했고 27일 오전 이후로는 전혀 출하를 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상품이 되는 성패로 키우려면 3, 4년은 걸리기 때문에 최소 2년 동안은 공급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도소매업자들로부터 전복을 공급받는 횟집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전복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53)는 “지난주 태풍이 오기 전 서울시 농수산물공사 가격 기준으로 중간 크기의 전복이 kg당 2만5250원이었는데 30일에는 kg당 3만7000원으로 1만 원 이상 올랐다”며 “노량진수산시장이나 다른 도매업자들의 가격은 더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도 일주일 전 kg당 평균 4만2000원 선(중간 크기)에서 30일 4만8000원 정도까지 올랐다. 김 씨는 “한 달 뒤 추석까지 전복 가격이 40∼50%, 많으면 60∼70%까지 계속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채종구 씨는 “장사도 잘 안되는데 음식값을 올리면 손님이 아예 끊길 것”이라며 “전복 가격이 올라도 음식값에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복 가격이 10∼20% 오르면 감내해야겠지만 그 이상 오르면 꼭 전복을 써야 하는 전복죽 등을 제외하곤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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