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오전 출근 중이던 이모 씨(45·여)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당역 부근에서 핸드백을 날치기 당했다며 경찰을 찾아왔다. 배달용 오토바이를 탄 남자가 뒤에서 핸드백을 순식간에 낚아채 갔다는 것이다. 폐쇄회로(CC)TV를 보던 방배경찰서 백모 경위의 머리에 13년 전 날치기범으로 붙잡았던 오모 씨(33)가 스쳐 지나갔다.
2인 1조로 움직이는 다른 날치기범과 달리 이번 범인도 당시 오 씨처럼 혼자 움직였다. 배달용 짐칸이 있는 오토바이를 몰며 범행 뒤 한 손으로 운전하는 점도 비슷했다. 백 경위는 13년 전 오 씨가 경찰에서 “짜장면 배달을 하다 보니 짐칸이 있는 배달용 오토바이를 타야 안정감 있게 운전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떠올랐다.
최근 날치기 사건 기록을 확인해 보니 7월 초부터 강남 용산 등지에서 똑같은 수법의 범행이 일어나고 있었다. 모두 배달용 오토바이를 이용한 한 손 운전 날치기범이었다. 오 씨가 범인이라고 직감한 백 경위는 25일 인천 남동구 간석동 오피스텔에서 그와 맞닥뜨렸다. 오 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그의 집 안에는 그동안 훔친 물건들이 가득 차 있었다. 방배경찰서는 17회에 걸쳐 1400여만 원어치를 가로챈 혐의(특수절도)로 오 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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