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A 양의 아버지(41)는 31일 A 양이 입원한 나주종합병원 입원실 앞에 쪼그려 앉아 울분을 토했다. 벽에 머리를 기댄 채 먼 곳을 바라보다가 가끔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복도를 서성거리던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이는 좀 어떤가.
“애가 아프다는 말밖에 못한다. 수술 경과가 좋다고는 하는데 아이의 고통이 너무 심한 것 같다.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에 가서 안정을 취하기로 했다.”
―지금 심정은….
“그 어린 것이 이런 몹쓸 짓을 당했는데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다니…. 아빠로서 할 말이 없다. 딸이 그 폭우 속에서 혼자 떨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범인이 잡혔는데….
“나도 그 사람 잘 안다. 우리 집에서 아이들이랑 밥도 몇 번 먹고 친하게 지냈다. 나를 매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우리 딸에게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지금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는 이어지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면서 “이제 그만합시다”라며 기자를 외면했다. 이날 오후 5시경 A 양이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될 때 취재진들이 복도에서 대기하자 “제발 아이를 좀 놔달라”며 호소했다.
A 양 아버지는 집에서 3km 정도 떨어진 농공단지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 A 양 어머니는 집 부엌에서 분식점을 하다 올 초 장사를 그만뒀다. A 양의 집은 20여 평 되는 상가 1층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월세 30만 원을 주고 이 집에서 살고 있는 A 양 가족은 올 7월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다. 나주시는 올 4월 A 양 가족을 ‘위기가구’로 분류하고 상담사를 파견해 관리하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A 양 부모의 허락을 받아 A 양을 제외한 3남매를 일단 관리시설에서 보호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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