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가지를 또 잃은 국립공원 속리산의 상징인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목신제’(木神祭)가 법주사 주최로 열렸다.
1일 오후 2시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 정이품송 앞에서 열린 행사에는 현조 법주사 주지 스님과 정상혁 보은군수를 비롯해 승려와 불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정이품송의 건강을 기원했다.
목신제는 정이품송의 무병장수를 바라는 법회에 이어 참가자들이 나무 밑동에 막걸리를 뿌려 생력을 북돋는 행사 순으로 진행됐다. 현조 스님은 “600여 년간 민족의 흥망성쇠를 지켜본 위대한 유산인 정이품송이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다시 건강을 되찾을 것”이라고 축원했다. 법주사는 음력 칠월 보름인 ‘백중’을 맞아 이 제를 마련했다. 백중은 부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지옥에 빠진 어머니를 구한 데서 유래한 불교의 5대 명절 가운데 하나다.
정이품송은 볼라벤의 강풍에 맞아 지난달 28일 오전 서북쪽으로 뻗어 있는 지름 18cm, 길이 4.5m의 가지가 부러졌다.
정이품송은 1464년 2월 조선 7대 임금인 세조의 보은 행차 때 어가행렬이 무사히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한국 대표 소나무 중 하나다. 특유의 원뿔형 좌우 대칭 꼴에다 왕과 얽힌 전설로 영험함까지 갖췄다고 믿는 사람들의 ‘소원목’으로 사랑받아 왔다.
하지만 1974년 속리산 진입도로 공사로 기력이 약해지면서 생장이 불량해지기 시작됐다. 1980년대에는 중부 산간지역을 휩쓴 솔잎혹파리로 고사(枯死) 직전의 위기에 몰렸다.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자연재해가 괴롭혔다. 1993년 2월 강풍으로 지름 26cm, 길이 6.5m인 서쪽 가지가 부러졌다. 2004년 3월에는 폭설로 서쪽가지 2개가 부러졌다. 2007년 3월에는 강풍으로 지름 30cm, 길이 7m 서쪽 가지가, 2010년 12월에도 돌풍으로 지름 20cm, 길이 4m의 서쪽 가지가 부러져 특유의 좌우균형을 완전히 잃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01년 정이품송에서 채취한 꽃가루를 강원 삼척 준경릉 소나무에 수정시켜 58그루의 장자목(長子木·양친에 대한 정보가 밝혀진 첫 번째 자식)을 생산했으며, 지난해 6월에는 정이품송 혈통보전을 위해 나무에서 꽃가루를 채취해 유전자은행에 영구보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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