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폭력 피해 아동의 치료비 지원 폭을 확대할 방침이다. 성폭력 피해 아동은 늘어나는데 지원 예산이 부족해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시달린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228억 원이 편성돼 있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지원 사업 예산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의료비와 더불어 피해 아동 가족에 대한 정신적 치료비 지원 폭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여성부는 이달 말까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예산을 마련하고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현재 한 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중앙정부의 의료비 지원 예산은 10억3100만 원으로, 1인당 의료비 지원 상한선은 500만 원으로 책정돼 있다. 여기에 지자체 예산을 추가한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규모는 2009년 18억 원에서 올해 16억 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은 2009년 1만5693건에서 지난해 1만9498건으로 30%가량 늘어났다.
이번 나주 성폭행 사건의 피해자인 A 양의 경우 항문 복원수술 등 외과치료에만 500만 원이 필요해 추가 치료비 지원이 꼭 필요하다. 2008년 나영이도 정부 지원 의료비가 부족해 국민 모금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성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도 절실하다. 지난달 초 직장상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B 씨(25·여)는 한 달이 지나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성폭력상담소를 찾았지만 상담소가 정부로부터 받은 분기별 의료비 예산이 없어 도움을 받지 못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다른 단체들도 예산이 떨어진 데다 A 씨의 거주 구에는 배정된 예산 자체가 없었다. 결국 아는 사람에게 성폭행을 당한 A 씨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데다 상사를 고소해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란 씨는 “민간 지원단체는 사실상 의료기관에 빚을 지고 성폭행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성폭행 이후 충분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도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나영이 주치의였던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성폭력 피해 어린이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도 국가 예산이 부족해 상처를 키우는 게 현실”이라며 “아동뿐 아니라 성인 여성의 지원 폭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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