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男 버스서 흉기난동… 기사-승객이 온몸으로 제압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5일 07시 32분


흉기 숨긴 줄 모르고 경찰관이 버스에 태워줘

버스에서 흉기를 휘두르며 승객들을 위협해 돈을 빼앗고 난동을 부린 강도가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손에 제압됐다.

이 강도는 난동을 부리기 전 편의점에 흉기를 들고 들어갔다가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는데 경찰이 몸에 숨긴 흉기를 발견하지 못하고 버스에 태워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 김해중부경찰서는 4일 오후 7시 40분경 밀양에서 부산으로 가는 시외버스에서 흉기로 승객들을 위협, 돈을 빼앗고 승객을 인질로 잡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강도상해)로 5일 이모 씨(46·고물상업·대구 동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씨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던 중 김해시 상동면 감노리의 신대구고속도로상에서 갑자기 흉기 두 자루를 꺼내 운전기사 김모 씨를 위협해 버스를 갓길에 세웠다.

이 씨는 승객 20여명을 한사람씩 차례로 불러내 주머니 등을 뒤져 현금 11만 원을 빼앗았다. 이어 승객 3명을 인질로 붙잡고 운전기사를 위협하며 "같이 죽자, 수원으로 가자"며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 순간 버스 밖에 있던 승객들이 출입문을 세게 두드렸고, 운전기사 김 씨는 출입문을 열어 이 씨의 시선을 돌렸다.

흉기를 든 이 씨가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이 김 씨는 이 씨를 차 밖으로 밀쳤고, 이 씨는 차 밖으로 튕겨 나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운전기사 김 씨와 승객 3~4명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함께 몸을 날려 이 씨의 양손에 든 흉기를 빼앗은 뒤 격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운전기사 김 씨는 두피가 4cm 가량 찢어졌고, 승객 김모 씨(33) 등 2명은 어깨가 탈골되고 찰과상을 입는 등 부상했다.

이 씨는 온 힘을 다한 운전기사와 승객들의 반격에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기진맥진한 범인을 손쉽게 체포했다.

20분 간 벌어진 아찔한 상황이 정리된 뒤 운전기사 김 씨는 다시 승객들을 버스에 태워 목적지인 부산으로 출발했다.

운전기사 김 씨와 승객 등 3명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씨는 경찰 조사에서 "그 사람들이 나를 죽이려 했다"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씨가 두 차례 정신병원에서 치료받은 전력이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이 씨는 이에 앞서 이날 오후 6시20분경 술에 취한 채 흉기 두 자루를 손에 들고 밀양시 가곡동 한 편의점에 들어가 "소주 한 병을 달라"고 요구했다.

겁을 먹은 종업원이 소주를 내줬고 때마침 편의점 앞을 지나던 행인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 씨를 인근 지구대로 데려가 흉기를 압수한 뒤 손에 난 상처를 치료해 줬으며, 별다른 피해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간단한 조사만 한 뒤 이 씨를 주거지인 부산으로 보내기 위해 시외버스에 태웠다.

하지만 이 씨는 압수된 것 외에 흉기를 더 숨기고 있었고, 경찰이 몸수색을 하지 않아 이 같은 소동이 벌어진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경찰 측은 이 씨가 소지한 흉기를 압수했지만 추가로 정밀 수색을 못했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이 씨가 2차례 정신병원 치료 경력이 있는 것을 확인, 정신감정을 의뢰할 예정이다.

김해중부경찰서 이경곤 형사과장은 "위험한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용기 있게 대처한 버스기사와 승객들에게 표창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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