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등 2명이 만취 시킨후 모텔 끌고가 번갈아 범행
의식불명 7시간만에 병원 이송… 뇌사 빠졌다 숨져
▲동영상= 성폭행뒤 사망한 알바 여대생, 모텔 CCTV 영상 스물한 살 여대생의 꿈은 그렇게 사라져 갔다.
경기 수원시의 한 호프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A 씨(21·대학 2년)가 이 가게에서 주방보조일을 하는 고모 씨(27) 등 2명과 술자리를 가진 것은 지난달 28일 오전 2시경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고 씨는 A 씨를 인근 호프집에 데려갔다. 자신의 후배 신모 씨(23·휴대전화 대리점 직원)도 함께였다.
○ 재밌었던 오빠가…
처음 소주를 마시던 세 사람은 술이 오르자 생맥주를 시켜 폭탄주를 돌렸다. 그렇게 마신 시간이 2시간 20여 분. 호프집 종업원은 경찰조사에서 “분위기가 그다지 나쁜 것 같지 않았다”며 “처음엔 소주만 마시다 나중에 게임을 하면서 생맥주를 시켜 폭탄주를 돌려 마셨다”고 진술했다. 이들이 마신 소주 6병과 생맥주 2000cc는 몸무게가 45kg 정도인 A 씨가 견디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었다. 결국 A 씨는 인사불성이 됐고, ‘재밌는 오빠’들은 늑대로 돌변했다.
A 씨를 인근 모텔로 끌고 간 두 사람은 번갈아 가며 A 씨를 성폭행했다. 모텔 폐쇄회로(CC)TV에는 두 사람이 만취한 A 씨를 부축해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과 한 사람이 성폭행하는 동안 다른 한 사람이 밖에 나와 있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마지막으로 A 씨를 성폭행한 고 씨가 모텔을 떠난 것은 이날 오전 7시경. A 씨는 인사불성인 채로 방에 혼자 남겨졌다.
7시간여 후 고 씨가 모텔을 다시 찾았다. 아침에 돌아간 뒤 A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 고 씨는 방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A 씨를 발견하고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의식불명이던 A 씨는 이미 뇌사 상태였고 병원에서 응급 소생술을 받아 겨우 호흡만 유지했다. A 씨는 힘겹게 숨을 이어 오다 결국 3일 오후 6시 반경 숨졌다.
고 씨와 신 씨는 즉시 경찰에 검거됐다. 두 사람은 경찰에서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술자리 성격에 대해 고 씨는 A 씨와 신 씨를 소개팅시켜 준 것이라 주장했지만 가족은 이날이 A 씨의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이어서 송별회인 줄 알고 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고 씨 등이 처음부터 성폭행을 목적으로 A 씨에게 과다한 양의 술을 마시게 했는지를 수사 중이다. 술에 약물을 섞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위급한 상태에 빠진 A 씨를 장시간 방치해 숨지게 한 것이 확인되면 유기치사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경찰에 보낸 1차 소견서에서 ‘물리적 충격 등의 징후는 없고, 질식 등 호흡기 계통의 특이 소견도 없다. 사인불명’이라고 밝혔다.
○ 미용사가 꿈이던 소녀
가족에 따르면 A 씨의 꿈은 미용사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용학원을 다녀야 해 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것.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해 달라”며 아버지를 조르고 졸랐다고 한다. A 씨의 아버지는 “‘집이 어렵지 않은데 위험할 수 있으니 하지 마라’라고 말렸지만 결국 ‘딱 한 달만 하겠다’는 말에 허락했다”며 “오늘이 알바 마지막 날이니 선물 사 오겠다고 뭐 받을지 생각해 보라며 나간 딸이 주검이 돼 돌아왔다. 끝까지 아르바이트 하는 걸 허락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무슨 귀신에 씌었나 보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A 씨는 7월 중순 이 호프집에서 서빙을 시작했다. 호프집 주변 상인들은 A 씨에 대해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참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 여대생의 작은 꿈은 동물적 본능을 참지 못한 남자들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일주일 내내 딸이 깨어나기만을 기도하던 가족도 희망의 끈을 놓아야 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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