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국토해양부에 수도권 고속철도(KTX) 출발역을 현재 예정된 수서역에서 삼성역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방안이 실현된다면 수서역 인근 남부 강남권 주민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KTX 건설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도 시작역 교체 요구와 관련해 “수도권 KTX 사업을 제때 끝내기 어렵게 된다”며 서울시를 정면 비판했다. 서울시는 논란이 커지자 “전문가 등이 제시한 다양한 의견 중 하나”라며 한발 후퇴했다.
○ 서울시 “KTX 삼성역 연장 필요하다”
5일 국토부와 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제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 국토부를 방문해 수도권 KTX 시작역을 기존 수서역이 아닌 삼성역으로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는 당시 국토부에 제출한 문건에서 “삼성역 인근을 미래성장 거점으로 조성하기 위해 KTX를 삼성역까지 연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도 역사 위치를 삼성역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또 삼성역을 KTX와 동탄∼삼성역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통합출발역으로 바꾸고 수서지역에는 KTX 역사를 설치하지 말자는 구체적인 검토안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답했다. 국토부 고위 당국자는 “당초 교통체증 등이 우려된다며 2009년부터 삼성역 KTX 노선 신설에 반대했던 것이 서울시”라며 “이미 확정된 정책을 지금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 철도공단 “수도권 KTX 개통 난항”
이와 관련해 철도공단은 5일 “서울시의 무리한 요구로 2015년으로 예정된 수도권 KTX 개통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KTX는 수서∼평택 61.1km 구간에 3조7806억 원을 투입해 KTX 노선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2014년 말 완공하고, 2015년부터는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광재 철도공단 이사장은 “삼성역 인근에 KTX 역사를 지을 만한 공간은 한국전력 터밖에 없다”며 “땅값만 1조 원이 넘게 들어가는 곳이라 역사 신축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출발역을 바꿀 경우 공사기간이 3년 이상 늘어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철도공단은 수서역 건설을 위해 지난해 3월부터 공단이 요청해온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심의를 서울시가 3차례나 보류한 것도 ‘국책사업 발목 잡기’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고위 당국자도 “도시철도 지원과 그린벨트 해제 등 국토부가 허가하는 서울시 관련 안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서울시는 이날 “KTX 수서역을 삼성역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설명자료를 내놨다. 하지만 서울시가 국토부에 제출한 문건을 동아일보가 확보해 제시하자 “여러 검토 안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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