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커 할머니, 농부 합주단, 80대 지휘자, 암 투병 중인 베이시스트…. 6일 강원 원주시 ‘따뚜공연장’에서 막 오른 ‘제1회 전국 시니어밴드 경연대회’ 참가자들의 면면이다. 50세 이상으로 참가 자격을 제한한 이번 대회는 주류 대중문화에서 소외된 노년층을 위한 음악 경연이라는 점 외에도 참가팀들의 특별한 사연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성 최고령 참가자 안은숙 씨(76)는 1950, 60년대 미8군 무대에서 활약한 ‘루비밴드’의 전 기타리스트. 요즘도 서울의 주민센터 등에서 기타를 가르칠 정도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송파구립실버악단 단장 겸 지휘자인 엄남익 씨(85)는 전체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 ‘신바람밴드’는 단원 평균 연령이 70세인 실버밴드팀이다. 이옥주 씨(65)는 ‘이판사판’의 로커 할머니로 열창이 기대된다.
‘백두대간’의 베이시스트 곽효성 씨(61)는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대회에 참가했다. 안 씨는 “인생을 즐기기 위해 대회에 나왔다”고 참가 소감을 밝혔다. 서석색소폰합주단은 강원 홍천군 서석면에 거주하는 농민 10여 명으로 구성됐고 ‘우먼파워’ ‘퀸코리아’ ‘맘마미아’ ‘소리빛밴드’는 주부들로 짜였다. 홍천무궁화악단은 2004년 퇴직 공무원 5명이 결성한 뒤 경로잔치 요양원 등을 찾아 음악 봉사활동을 하는 밴드다.
각종 경연대회 수상 경력이 있는 실력파 팀도 많다. ‘아트색소폰클럽’은 2008년 대한민국 관악 페스티벌 동호인부 관악합주경연대회에서 은상을 받았고 ‘과천 액티브 시니어밴드’는 2010년 울산시 주최 전국 실버밴드경연대회 수상팀이다.
참가 밴드의 톡톡 튀는 이름도 눈에 띈다. ‘오각형밴드’는 ‘나이 50세 넘어 각성한 형님들’이란 의미라고 한다. ‘오백에 삼십’은 합주 연습이 끝나고도 헤어지기 아쉬워 생맥주 500cc에 30분만 더 있다 가다 보니 붙은 이름이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에서 음원 예심을 통과한 53개 팀이 참가했다. 8일 오후 5시까지 예선이 진행되고 이 가운데 12개 팀이 같은 날 결선 무대에 오른다. 대상 한 팀에 상금 1500만 원을 주는 등 총상금 규모는 7000만 원이다. 8일 폐막식을 전후해 신촌블루스와 백두산의 초청공연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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