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당초교 6학년 우현 군(12)은 등채(채찍이 달린 지휘봉)를 흔들어 보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 군의 어머니 곽전경 씨(47)는 “아이가 그동안 집중력이 부족해 걱정이었는데 국악동아리를 하면서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대구 신당초교(대구 달서구 신당동)가 ‘꼴찌들의 반란’을 일으켰다. 2년 전만 해도 성적이 대구 전체에서 꼴찌 수준이었는데 기초학력 우수학교로 변신한 것.
200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영구임대아파트 안에 있는 이 학교는 전교생 400여 명 중 결손가정이 절반가량. 290명은 급식비 지원을 받을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렵다. 이 같은 환경 때문인지 적잖은 학생이 학교생활에 의욕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힘을 모은 끝에 지금은 희망과 의욕이 넘치는 학교로 변했다. 함께 힘을 모아 만든 교육복지 투자지원 사업을 통한 프로그램이 학교를 아주 다르게 바꿔놓은 것이다.
먼지가 날리던 교정에 생명의 숲과 생태연못을 만들고, 지저분하던 화장실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전교생에게는 졸업 때까지 누구나 국악기 한 개는 다룰 수 있도록 1인 1국악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방과 후 이 학교에서는 교실마다 가야금과 피리,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영어교실도 학생들로 붐빈다.
학생들은 가슴에 각자의 꿈을 쓴 명찰을 달고 다닌다. 인사도 “안녕하세요. 저는 ○○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한다. 6학년 이승민 군(12)은 “만화가가 되겠다는 인사를 할 때마다 내가 진짜 만화가가 돼가는 기분이 든다”며 “친구들도 전보다 많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1, 6학년생 손녀를 둔 이춘국 할머니(63)는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낀 애들이 이제는 학교 가는 걸 즐거워하고 집에서도 알아서 공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에는 달서구와 대구문화재단, 대구시립국악단, 계명대 등 지역사회도 힘을 보탰다. 지난해 이 학교에 초청강사로 수업을 한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학교가 침체돼 걱정했는데 이렇게 활기가 넘쳐 흐뭇하다”며 “아이들이 즐겁게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변하면서 교사들의 의욕도 높아졌다. 2008년에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68명이나 됐지만 지난해는 1명밖에 되지 않을 정도. 창의경영우수학교, 기초학력우수학교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 등 2년 동안 12개의 상을 받는 성과도 거뒀다.
임순남 교장(57·여)은 “변화 가능성을 믿고 노력하는 것이 교육”이라며 “아이들이 훗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교직원들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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