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들어서자마자 독특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나무와 풀 향기가 뒤섞여 몸속으로 한가득 들어왔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신평리, 보성리, 구억리 일대의 곶자왈도립공원. 6일 제주에서 개막한 세계자연보전총회(WCC)에 맞춰 이날부터 15일까지 한시적으로 개방했다. ‘제주생태계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 지대가 지난해 12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도립공원 전체 면적은 154만6757m²(약 46만8000평)로 6.5km에 걸쳐 탐방로를 만들었다. 이 가운데 3.0km를 WCC 참가자와 도민들에게 선보였다. 멸종위기 식물인 개가시나무를 비롯해 종가시나무, 녹나무 등으로 울창한 숲을 이뤘다. 군데군데 비목나무와 팽나무도 눈에 띄었다. 하늘을 찌를 듯 자란 나무들로 인해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곳도 있다.
하부는 곶자왈의 주요 식생인 고사리가 자리 잡았다. 쇠고사리가 주종을 이뤘다. 바닥은 늘 푸른 나무들에서 떨어진 낙엽 덕분에 푹신푹신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 낙엽은 오랜 시간 지나면서 부엽토로 변해 곶자왈 식생의 자양분이 된다. 돌, 나무에 콩짜개덩굴이 다닥다닥 붙어 원시림 모습을 보였다. ‘찌르르 찌르르’ 우는 벌레소리, 이름모를 새소리는 귀를 즐겁게 했다.
활엽상록수 지대를 지나자 솔향이 물씬 풍겼다. 소나무 군락이다. 바닥은 솔잎으로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했다. 생태탐방로 경계는 곶자왈 지대에 있는 돌을 이용했다. 군데군데 돌을 모은 의자를 만들었고 소나 말에게 물을 주던 곳은 이색 볼거리로 변했다. 조선시대 목장의 경계와 우마의 이탈을 막기 위해 쌓은 돌담인 ‘잣담’도 보였다.
곶자왈은 수풀을 뜻하는 ‘곶’과 자갈들이 모인 곳을 의미하는 ‘자왈’의 합성어. 용암이 흐르다 굳어진 뒤 크고 작은 바위로 쪼개진 지대에 형성된 자연림이다. 주민들은 곶자왈에서 땔감을 얻고 숯을 만들기도 했다. 해안과 한라산 고지대를 잇는 야생동물의 생태통로이자 은신처 역할을 한다. 폭우가 내려도 순식간에 지하로 스며드는 특징은 제주의 지하수를 만드는 원천이 된다.
생태탐방로는 추가 작업을 거쳐 12월경 공식 개장한다. 조성사업을 맡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이사장 변정일)는 내년에 높이 10m에서 곶자왈을 탐방하는 스카이워크를 비롯해 탐방안내소, 전망대 등을 설치한다. 변 이사장은 “곶자왈은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생태환경을 갖고 있다”며 “체계적인 운영과 보전으로 환경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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