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四多道… 바람, 여자, 돌, 그리고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산방산길-숨비소리길 등 곳곳 이야기 담은 길 조성 붐
일부 자연훼손 우려도 제기

제주에 올레코스가 첫선을 보인 이후 곳곳에 자연, 지질, 인문환경과 함께하며 걷기여
행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2009년 일반에 처음 공개된 원시림
숲길인 ‘사려니 숲길’ 모습. 동아일보DB
제주에 올레코스가 첫선을 보인 이후 곳곳에 자연, 지질, 인문환경과 함께하며 걷기여 행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길이 만들어지고 있다. 2009년 일반에 처음 공개된 원시림 숲길인 ‘사려니 숲길’ 모습. 동아일보DB
제주가 ‘길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걷기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길이 곳곳에 생겨나면서 걷는 길이 섬 전체에 거미줄처럼 얽히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사단법인이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길을 만들었지만 최근에는 지역주민들까지 앞다퉈 길 조성에 나서고 있다. 동네 주변 오름(작은 화산체)을 활용한 산책로에서 숲과 역사현장을 잇는 탐방로까지 조성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둘레길(10km), 서귀포시 서홍동 추억의 숲길(11km)을 비롯해 과거 예배당과 순교자 유적을 돌아보는 기독교 순례길(14km)이 만들어졌다.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흔적 등을 돌아보는 천주교순례길(68km), 해녀 발자취를 담은 숨비소리길(4km)도 이달 중 개장할 예정이다.

제주에 걷기여행을 표방한 길이 만들어진 것은 2007년 9월 제주올레 1코스를 개장하면서부터다. 올레코스는 11월 430km에 이르는 길이 완성된다.

올레 명칭을 본떠 제주시 애월읍 주민들이 만든 곽금8경올레(11km), 제주시 오라동 오라올레(5km)가 등장했고 뒤이어 숲을 주제로 한 사려니 숲길(15km), 장생의 숲길(11km), 삼다수 숲길(8km)도 나왔다.

이야기가 있는 길도 등장했다. 지난해 추사 김정희 선생의 유배 흔적을 따라가는 ‘추사 유배의 길’이 생겨났고, 풍력발전을 배경으로 한 서귀포시 성산읍 ‘풍력생태길’도 만들어졌다. 80km를 목표로 하고 있는 한라산둘레길은 현재 11km가 조성됐다. 제주의 독특한 지질과 자연림을 갖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인 곶자왈에도 탐방로가 생겼다. 교래휴양림 곶자왈, 선흘곶자왈, 화순곶자왈, 청수곶자왈 등이 대표적이다. 탐방객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게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길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무가 베어지고, 코스를 표시하는 리본이 어지럽게 붙어있어 환경 훼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올레코스를 비롯해 사려니 숲길, 장생의 숲길, 교래휴양림 곶자왈 등은 인기 코스로 사람들이 붐비지만 일부 코스는 탐방객이 찾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다.

현원학 제주생태환경연구소장은 “지질, 자연식생, 인문환경 등이 독특하면서 다양한 장점 때문에 제주의 길은 지루하지 않다”며 “전문기구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스토리텔링)가 있는 길을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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