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창덕여중 인성수업 현장 가보니 “무심코 뱉었던 가시 돋친 말… 미안,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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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6일 오전 서울 중구 창덕여중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말, 기분이 상하는 말’을 주제로 진
행된 국어 수업 중 학생들이 물건을 놓고 서로 다투는 역할극을 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6일 오전 서울 중구 창덕여중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말, 기분이 상하는 말’을 주제로 진 행된 국어 수업 중 학생들이 물건을 놓고 서로 다투는 역할극을 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빌린 친구 교과서에 낙서를 한 채로 돌려줬어요. 수업도 안 듣느냐는 친구의 말에 화가 나 너는 얼마나 공부를 잘하느냐며 싸웠어요.”

“장난으로 친구 필통을 숨겼는데 친구가 저보고 맨날 그런다고 했어요. 화가 나 필통을 던져 버리고 싸웠어요. 사과하려 했지만 친구가 또 화를 내는 바람에 한 달 동안 말도 안 하고 지냈어요.”

서울 중구 창덕여중 1학년 1반 학생들이 사소한 일 때문에 친구들과 다툰 일들을 털어놓았다. 6일 오전 국어시간이었다.

학생들이 말한 싸움의 원인은 모두 사소한 내용이다. 자신도 모르게 몸에 밴 말투, 친구를 따돌리는 장난, 서로 편하게 말해도 된다는 생각 등등.

얘기를 들은 조건하 교사(26)는 같은 얘기도 부드럽게 말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너 복도에서 뛰지 말랬잖아, 이렇게 말하는 것보다 네가 넘어질까 걱정된다고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얘기하는 게 좋지 않겠니?” 화가 나도 상대방을 질책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차분하게 말해 주라고 조언했다. 서로 사랑하는 애인끼리도 말 한마디에 싸울 수 있다는 설명에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 교사와 학생들의 대화가 끝난 뒤 역할극이 시작됐다. 똑같은 상황이 주어졌지만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말하는 방법을 바꿨다.

물건을 훔친 친구에게 “넌 얼굴도 못생겼고 키도 작은데 돈도 없어서 내 돈을 훔치느냐”며 윽박지르던 아이들이 “난 너에게 정말 실망했어. 하지만 그 돈이 꼭 필요해서 가져간 거라고 생각해.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잠시 어색해했지만 친구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국제희 양(13)은 “수업에서 많은 점을 느꼈다. 친구에게 잘못한 일이 있으면서도 오히려 짜증 내고 사과하려 하지 않았던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학생들의 인성을 길러 줄 방법을 찾다가 기분이 좋아지는 말을 익히도록 해보기 위해 이 수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달부터 전국 초중고교의 국어·도덕·사회 시간에 이런 방식으로 ‘프로젝트형 인성교육 수업’을 진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창덕여중#인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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