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임신부’ 남편의 글 누리꾼 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7일 03시 00분


“세살된 큰아이 깰까봐 소리 한번 못내고 자신 희생으로 배속 아이-큰아이 지켜”
“얼마나 무서웠을까… 내 아내 평생 사랑”

“이 사건으로 아내와의 불화가 생기거나 가정이 파경으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해주시는 분들께, 저는 제 아내를 끝까지 사랑할 것이라 맹세드립니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조차 못했지만 더 노력하고 살겠습니다.”

지난달 집에서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한 20대 여성의 남편 A 씨가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이 수많은 누리꾼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A 씨의 아내는 당시 임신 8개월이었으며 3세 아들과 낮잠을 자고 있었다.

▶본보 3일자 A12면… 인천서 3살 아들 앞에서 만삭 임신부를 성폭행

A 씨는 이 글에서 사랑하는 아내를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아내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감내할 수 없는 치욕을 이겨낸 데 대한 고마움, 그리고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하겠다는 각오를 담았다.

그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네 차례 올린 글에서 “4년 전부터 반지하방에서 결혼식도 못한 채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요일에도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등 하루하루 꿈을 그리며 살아가는 부부였다”고 적었다. 또 “형편이 어려워 아직 결혼식조차 못해 아내에게 올해는 돈을 좀 모아서 결혼식을 하자고 했다”며 “그때 둘째(임신 중)를 갖자고 했다. 나처럼 못난 사람을 만나 살아주는 것만도 감사한데 왜 아내에게 이런 일을 겪게 해야 하는지…, 내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내가 옆에서 자는 큰아이 때문에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당했다고 했다. 순간순간이 얼마나 무서웠고, 힘들었을까 상상이 안 될 정도로 괴롭고 답답하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또 “세 살 된 큰아이가 무엇 때문인지 나에게 집착을 한다. 사건 이후 내가 같이 누워 자길 바라고, 일어났을 때 엄마 아빠 둘 다 안 보이면 심하게 울고 보챈다. 사건 영향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고 적었다.

A 씨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당시 조산 기미를 보였으나 현재는 경북의 친정에 내려가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임신 중인 아기는 건강한 상태다.

그는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범인을 처벌해도 형량이 4, 5년에 불과하다고 한다. 저희 가족의 아픔이 작은 시발점이 되어 성폭행 피해자가 더이상 생기지 않도록 법률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도움을 주려는 누리꾼들에게 “계좌번호를 올리면 지금 처한 가족의 생계는 해결될 듯하다. 하지만 그런 금전적 여유가 생긴다면 스스로 나태해질 것 같다. 힘든 상황이지만 이것은 내가 이겨내야 할 몫”이라고 밝혔다.

6일 현재 A 씨가 올린 글은 조회수만 30만 건이 넘었다. 대부분 A 씨와 아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내용들로, 정부에 성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대책과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글도 많았다.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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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성폭행#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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