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인 2002년 롯데삼강의 ‘구구크러스터’ TV 광고에는 백마 탄 아빠가 등장한다. 푸른 초원을 누비며 아이 앞에 나타난 아빠가 구구크러스터를 선물한다는 설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상황이 아이의 꿈속이라는 것. 내레이션 및 아빠 역할을 맡았던 배철수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전 구구크러스터를 100번도 넘게 사다줬을 겁니다. 말로만.’
당시 이 광고는 아버지의 죄책감과 미안함을 자극해 구매로 연결짓는 전략을 폈다. 이처럼 10년 전만 해도 광고에 비친 아빠의 모습은 꿈속에서만 다정할 뿐이었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2012년, TV 광고 속 아버지의 모습은 확 바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이든 가족과 함께 한다는 것. 캠핑을 비롯한 야외활동은 물론 육아와 청소, 장보기 등 집안일에도 기꺼이 동참한다.
제일기획이 1994∼2011년 CJ제일제당의 ‘다시다’ 광고를 비교 분석한 결과, 1994년 회식 후 늦게 귀가해 아내가 해준 북엇국을 먹던 남편의 모습은 퇴근한 후 아내의 요리를 대접받는 남편(2002년), 아내의 정성스러운 요리에 감동하고 고마워하는 남편(2005, 2006년), 요리를 통해 아내와 아버지의 마음을 달래주는 남편(2011년)으로 변모했다.
최근 TV에서 방영되는 캐논의 카메라 광고 속에는 전형적인 ‘X대디’가 등장한다. 준수한 외모의 젊은 아빠는 일에만 몰두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고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사진을 찍으며 놀아준다. 이 광고는 ‘가족을 이어주는 DSLR’라는 카피로 아빠와 엄마, 아이편 총 3부작으로 제작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힙합가수 타이거 JK와 윤미래 부부는 ‘삼성카드 7’ 광고에서 “우리 가족은 무조건 함께 해요. 어딜 가도 절대로 혼자 카드 쓸 일이 없어요”라며 뭐든 함께 하는 가족의 전형을 보여준다. 삼성생명의 광고 ‘초보 아빠편’은 아기를 키우느라 밤잠을 설치는 아빠의 모습을 그리며 시청자의 공감을 얻었다.
실속을 따지는 살림꾼인 아빠도 요즘 광고에서 익숙한 모습이다. 배우 차태현이 나오는 ‘삼성카드 7’의 광고는 집안일을 도맡아 하며 각종 포인트 혜택까지 챙기는 실속 있는 남편을 그렸다. 얼마 전 배우 유준상이 출연한 ‘하나SK카드’ 광고는 깐깐하게 소비하는 40대 남성을 전면에 등장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김병희 서원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예전 광고 속 아버지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면서 자식들이 경외하는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가족과 많은 것을 공유하는 수평관계에서 그려지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부족함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이전보다 다양한 모습이 광고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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